세상사는 늘 돌고 돌아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禍(화)와 福(복)이 바뀌고 吉凶(길흉)이 섞인다는 대표적인 성어에 ‘인간만사는 새옹지마라’ 할 때의 塞翁之馬(새옹지마)이고 轉禍爲福(전화위복)이다.
여기에 검은 소(黑牛)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生白犢)는 뜻의 말도 똑 같은 의미다. 검은 소가 행운의 흰 송아지를 낳았으니 큰 복이 올 것이라 기대하다 재앙이 닥치고, 또 그것이 복으로 바뀐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道家(도가)의 사상가 列子(열자)와 그 후학들이 편찬했다는 ‘열자’에 이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宋(송)나라에 3대째 이어가며 어질고 의로운 행동을 하는 집안이 있었다.
그런 어느 날 그 집에서 기르던 검은 소가 까닭 없이 흰 송아지를 낳았다(家無故黑牛生白犢/가무고흑우생백독). 어떤 연고인지 아버지가 아들을 시켜 孔子(공자)에게 여쭤보게 했다. 공자는 아주 길한 징조이니 상제께 바치라고 일러 주었는데 일 년 후 그만 아버지가 눈이 멀게 됐다.
다시 집의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아 아버지가 공자에게 물어보라고 하자 아들은 알아맞히지도 못한다고 불평했다. 성인의 말씀은 처음 어긋나다가도 뒤에는 맞는 법이라며 보냈다가 이번에도 하늘에 제사지내라는 말씀을 듣고 왔다. 그대로 행한 뒤 일 년이 지나 이번에는 아들도 눈이 멀었다.
성인의 말이 계속 틀리고 흰 송아지가 계속 불행만 가져온 것일까. 그 뒤 강국 楚(초)나라가 송나라를 침략하여 그들이 사는 성을 포위하자 사람들은 굶주려 자식을 바꾸어 잡아먹는 끔찍한 일까지 벌어지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또 장정들은 성 위로 올라가 싸우다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들 부자는 모두 앞이 안 보였기 때문에 재앙을 면할 수 있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시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 와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검은 소가 결국 재앙을 면하게 해 준 복덩이였다. 8편 중 說符(설부)편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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