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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38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1월 06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入大乘寺
-대승사를 방문하다
 
 
                 퇴경(退耕) 권상로(權相老)


衝寒遠訪舊精廬 충한원방구정려
추위 속 먼 길을 와 옛 사찰 둘러보며

屈指居然十載餘 굴지거연십재여

손꼽아 헤어보니 십여 년 흘렀네

松檜年齡皆大年 송회년령개대년
소나무와 전나무는 오래되어 더욱 컸고

溪山面目轉生疎 계산면목전생소
계곡과 산에 모습이 생소하네

兒童不識何從問 아동불식하종문
아이들은 낯설어 어디서 오셨나 묻고

朋友翻驚驀見初 붕우번경맥견초
친구들은 처음 보는 듯 반가워 놀라네

觸境無非多曠感 촉경무비다광감
닿는 곳마다 격세의 감회 일어

令人急欲賦歸歟 영인급욕부귀여
이 몸은 급히 귀여를 읊고 싶네

퇴경(退耕)이 대승사에 처음 머문 것은 1903년 윤필암 대승사 강사로 임명되었을 때이며 이후 1905년 명진보통학교를 중퇴하고 김용사에서 중등교육기관인 경흥강원을 창립하였다. 이 시는 1911년 대승사 주지로 취임하면서 쓴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왜냐하면 “추위 속 먼 길을 와 옛 사찰을 둘러보며/ 손꼽아 헤어보니 십여 년이 흘렀네”라고 회고하기 때문이다. 사불산(四佛山) 대승사는 문경에서는 유일하게 창건설화가 삼국유사에 기록된 고찰로 근대불교 정화의 씨앗이 움튼 곳이기도 하다. 주지(住持)는 절의 재정이나 행정을 주관하는 승려로 사찰의 실제 주권자이지만 퇴경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느낀 소회가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畫)로 펼쳐지고 있다.

자연의 풍경은 사람들 눈에 제일 먼저 띄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기억의 시공을 초월한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전나무”는 우리나라 어느 사찰이건 공간의 미학적 채움이 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계곡과 산의 모습이 오히려 생소”하다는 퇴경의 불심 또한 천년 길을 걸으면서 환하게 점등된다. 이윽고 초발심으로 소나무와 전나무는 어느새 해탈한 보살(菩薩)로 우뚝 선다. “아이들은 낯설어 어디서 오셨나 묻”는 것은 저절로 천진난만한 염화두(念話頭)가 되고 “친구들은 처음 보는 듯 반가워 놀”란다. 퇴경은 인근 석봉리 장자동에서 태어났다. 동학난으로 부모를 잃고 출가한 지 13년 세속나이 32세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 연유로 “닿은 곳마다 격세의 감회 일어”나는 것은 불가(佛家)에 귀의한 지 십여 년이 흘렀지만 세속의 경계에서 인과(因果)의 상속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일까. 보리(菩提)는 원래 깨끗하나 무여(無餘)에 이르지 못한 격세지감의 심상(心象)을 보이고 있다.

하여 “이 몸은 급히 귀여를 읊고 싶”다고 한다. 귀여(歸歟)란 공자가 진(陳)나라에 있으면서 도(道)가 끝내 행해지지 않음을 탄식하며 ‘돌아가야겠다 돌아가야겠다’에서 온 말이다. 퇴경은 세속의 인연을 속절없다 하며 다시 부처의 품안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학승이며 동국대 초대총장을 역임한 퇴경은 자신이 직접 쓰고 지은 ‘사불산 대승사’일주문과 ‘사불산 대승사 개산조’ 창건 유래비에서 지금도 득도(得道)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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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경 권상로 (1879~1965) 불교학자, 철학박사, 문경 출생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잡지 <조선불교월보>(1912) <불교>(1924)지 창간, 대한민국문화훈장(1962),
저서로는 『한국사찰전서』 『한국지명연역고』 『조선불교사』 『조선문학사』 『퇴경당전서』 외 다수,
동국대학교 초대총장. 우리말 팔만대장경 편수위원장, 불교사 사장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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