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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10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5월 02일
                        봉암사
                                             이 근 배


1
고요가 빛으로 탄다
한 차례 세한(歲寒)의 바람이 불 것이나
나무들이 잎을 떨구어
바깥 세상의 소리를 죽이고
하늘과 마주 앉은 희양산 면벽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동안거에 들어간 일함허당득통지탑
배불리고 난 화두 몇 낱이
땅에 흩어져 뒹굴고.

2
하어(下語)를 듣고 싶습니다
나고 죽음이 어디에 있고 없음이 길인 까닭을
산을 보아도 산인 줄 모르고 물을 들어도 물인 줄 모르는
청맹과니를 깨쳐 주는 강석(講席)을 열어 주십시오
산과 물이 다투는 소리쯤이라도
어렴풋이 들을 줄 아는
귀를 하나 열어 주십시오
티끌로 덮인 눈으로라도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법구경에 지신지언(止身止言)하고 심수현묵(心守玄黙)하면 시위수적(是爲受寂)이라 몸도 고요하고 말도 또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하고 그윽함을 지키면 고요하고 고요한 사람이라 불린다. 또한 고요한 물은 모든 것을 비춘다고 하였다. 그러한 “고요가 빛으로 탄다”라니 그 고요조차 없어진 세계는 어떤 세상인가. 버리고 비우고 한 점 고요까지 태우고 나면 부처가 될까. 시인은 “하늘과 마주앉은 희양산 면벽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며 속세의 풍경을 두고 겸허해진다. 어찌 도에 이르는 길이 한순간일까. 득통기화(1376~1433)의 함허당 득통지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34호)이 6백년 동안거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근배 시인은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이며 신춘문예 6관왕으로 한국문단의 전설이다. 그러한 시인이 다시 “하어(下語)를 듣고 싶습니다”라며 꺠달음의 진제(眞諦)를 구하고 있다. “나고 죽음이 어디에 있고 없음이 길인 까닭은”그렇다. 태어나서 죽는 일이 시공간의 보이지 않는 삶의 길 위에 놓여있다면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니 이것이 무엇인고? 라는 시심마(是心麽)의 화두가 “산과 물이 다투는 소리쯤이라도/ 어렴풋이 들을 줄 아는 귀를” 열어달라며 “티끌로 덮인 눈으로라도/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중생의 구도를 염원하고 있다.

봉암사는 주흘, 조령, 대야, 운달산과 더불어 문경의 5대명산인 희양산(998m)에 있으며 신라 헌강왕(879년) 때 지증대사가 창건한 구산선문(九山禪門)으로 조계종 종정 4명 총무원장 6명을 배출한 한국 최고의 불교 도량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부처님 오신 날이다. 1982년 아예 산문을 걸어 잠그고 일 년에 단 하루 초파일에만 개방하는 봉암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문턱이 높은 사찰이다. 특이한 것은 봉암사에 초파일 연등은 모두 흰색이다. 이는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차별 없는 세상을 밝히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근배 시인 (1940~ ) 충남 당진 출생.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조(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동시(조선일보), 시(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정지용문학상, 만해대상, 은관문화훈장수상 외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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