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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 고녕가야 21- 공갈못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9월 04일
점촌터미널에서 자동차로 10분쯤 상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공검면소재지가 나온다. 4차선이 시원스럽게 뚫려서 상주나 대구로 가기에는 편리해졌지만 인구가 줄어든 면단위의 상권이나 활력은 예전보다 월등히 떨어졌다.

승용차로 시속 80km로 달리다가 속도를 낮추고 어렵사리 공검면소재지에 도착하면 주차장 곁에 연꽃이 그득한 공갈못이 나온다. 저수지 앞에는 안내비석이 높게 서 있으며 주위로 산책로도 마련되어있다.

비석 글을 읽어보면 현재는 많이 축소되어 만여 평의 규모로 관상용과 생태공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검지(공갈못)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리시설로 원래목적은 농업용수시설이었으나 지금 그 역할은 오태저수지가 대신한다고 한다.

70년대에 공검지의 위쪽에 오태저수지를 새로 지으면서 공갈못은 많이 축소되었다. 예전에는 못 둘레길이가 17000보, 둑길이가 800보나 되었으며 일제강점기와 새마을 운동을 거치면서 식량증산차원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요즘의 척도로 따지면 둘레길이는 8km가 넘으며 둑 길이는 800여미터에 달한다. 삼한시대 저수지로서 전국에서 벽골제 다음 2번째로 컸으며 영남 제일 저수지로 기록되어 있다. 김제벽골제, 제천의림지, 밀양수산제와 더불어 4대저수지로 알려져 있다.

마침 권택희 해설사께서 나와서 일행을 향하여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오래된 저수지답게 전설도 많고 사연도 많다. 인신공양전설, 승주설화, 황룡전설, 우경설화, 공갈못노래 전승이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 들이다.

인신공양이란 옛날 공적기관에서 대형공사를 할 때 사람을 제사 재물로 바치는 관습이다. 저수지를 처음 만들 때 보가 여러 번 터지는 바람에 공갈이라는 아이를 묻고 저수지를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중환의 택리지나 홍귀달선생의 문집에도 그것이 기록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둑이 터지는 바람에 이번에는 주위에 거주하시던 스님이 둑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본인을 묻고 공사를 재개하라는 것이었다. 인부들이 극구만류해도 듣지않고 마치 굵은 기둥처럼 반듯이 앉아서 둑속에 묻혔다고 한다.

그만큼 공갈못을 축조하는데는 사람의 노력 이상의 무엇이 제공되었음을 암시해주는 이야기들이다. 한편으로 공갈못 축조공사가 당시에는 그토록 난공사였음을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국내에 전해오는 인신공양 사례로는 성덕대왕신종을 조성할 때 아이를 쇳물에 넣었다는 것과 인당수에 던져진 효녀 심청이 전해온다. 세가지 모두 불교와 연관된 내용들로써 불살생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에서 어떻게 인신 공양과 관계되었는지 의심된다.

그것은 불교와 관계되었다기보다는 그러한 풍속이 더 오래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생활 관습이었던 것임을 알수있다. 그래서인지 이 고장에서는 공검지라는 공식명칭보다는 공갈못이라는 재래의 이름을 즐겨 사용한다.

한자(漢字)식의 무미건조한 낯선 단어보다 우리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공갈이라는 어휘에 훨씬 더 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공갈못은 상주함창 즉 웅주거목의 넓은 들판을 적셔주는 생명수를 공급하는 그야말로 생명창고였던 것이다.

위치적으로 공검지는 저수지로 유입되는 주위의 강이나 하천이 없는데도 대형저수지가 생성되었다는 것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공검 저수지가 들어선 환경은 분지로서 빗물이 모두 저수지 안쪽으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공검면소재지가 있는 현재위치의 못 둑 800여m만 가로 막으면 공검면전체를 둘러싼 야산의 빗물이 모두 공검지로 모여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높은산은 별로 보이지 않고 낮으막한 산들로 빙 둘러쳐져있다.

멀리로는 제악산, 오정산등이 보이지만 가까이로는 숭덕산 국사봉 오봉산 등 올망졸망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렇게 모여진 물들을 공갈못에 가두어 두었다가 상주평야로 방류한다. 지금은 공검면과 이안면에 걸쳐있는 못이지만 옛날 행정상으로는 오랜세월 함창소재지에 소속되어왔다. 저수지의 소재지는 함창이지만 물을 이용하는 곳은 상주라고 해서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많은 가사중에서 어린시절 귀전으로 들었던 공갈못 노래가사는 어른이 되었어도 결코 잊혀지지않는 가락이다. 공갈못 노래는 상주뿐 아니라 이 땅을 살다간 모든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사중의 하나로 우리들 뇌리에 전해온다.

「상주함창 공갈못에 연밥따는 저처자야 연밥줄밥 내따줄게 이내 품에 잠자주소 잠자기는 어렵잖소 연밥따기 늦어가오
상주함창 공갈못에 연밥따는 저 큰 아가 연밥줄밥 내따줌세 백년언약 맺어다오 백년언약 어렵잖소 연밥따기 늦어진다」

상주를 일러 옛날에는 상낙(上洛)이라고 불렀으며 낙양(洛陽)이라는 지명으로도 오랫동안 불렀다. 상낙은 위쪽에 있는 가락이라는 뜻이니 하락의 김해금관가야에 대비되는 지명이다. 낙양이라 함은 가락의 남쪽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을 이르는 말이다.

낙동강 역시 가락의 동족으로 흘러가는 강이니 이래저래 가락 즉 고녕가야와의 관계를 떠나서는 성립될 수 없는 고장이 바로 상주이다. 조상의 땅과 그와 관련한 역사를 지키고 선양하는 것이 상주, 함창, 문경지역의 번영을 이끌어내는 또 하나의 전략임을 알려주고 싶다.

고녕가야 역사는 상주함창문경의 뿌리역사이며 공갈못은 상주함창 들판 뿐 아니라 사람들의 목숨을 적셔주고 잉태하는 거대한 우물 셈이었다.

공갈못 전경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9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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