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24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2년 09월 23일
대성암(大成庵)
민병찬
여승방 빈 뜨락에 사루비아 붉게 타고
선방(禪房)은 비었는지 고무신이 두어 켤레
샘물이 혼자서 종일 절 그림자 헹구더군
절앞에 어능나무 암수 두 그루 서 있다가
잘 익은 열매 하나를 길손에게 툭 던지며
운달산(雲達山) 가을 소식을 알고 왔냐 묻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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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
김용사를 지나 약 500m 지근거리에 있는 대성암은 절집이라기보다는 오래된 한옥처럼 고즈넉한 풍경이 다정스럽다. 1740년 김용사 청하전(靑霞殿)으로 건립된 것을 영월대사가 1800년(정조24년) 이곳으로 옮겨 창건한 비구니 암자이다. 특이한 것은 금당(金堂)이다. 법당과 스님이 동시에 기거가 이루어지는 사찰을 인법당(人法堂) 또는 대방(大房) 사찰이라고 하는데 주변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누마루까지 있어 문화재자료 574호로 지정되었다. 올해초 김용사 상오주지께서 대성암 보수 공사중 발견된 상량문을 가지고 와 함께 살펴보기도 하였다. 현재 대성암은 금당 정비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대성암 가는 길은 300년도 더 된 전나무 숲을 지나면 여여교(如如橋)를 만난다.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이라 본 것을 말하고 들은 것은 말하지 않을지니 모양(相)을 떠난 움직임 없는 이 마음은 생명의 마음이라 바로 보고 바로 들으면 스스로를 깨우치리라는 <금강반야바라밀경>의 게송이 더욱 향기롭게 다가온다.
시인은 오랜만에 대성암을 찾아 “사루비아 붉게 타”고 있는 여승방 빈 뜨락에 서 있다. 꽃이 붉은 것인가. 가을이 붉어진 것인가. 사루비아가 불꽃이 된다. 운달산 가을을 유혹하는 저 붉은 꽃 사루비아에 불심이 깃든 것일까. 색즉시공은 선홍색이다. 하여 붉은 꽃에 대한 명상이 빈 뜨락에 불타고 있다. 불타는 것은 모두 소멸하지만 부처를 향한 정열의 지혜가 가장 빛나는 순간에 선방은 왜 비워졌는지 고무신 두어 켤레만이 적요하다. 그 한가로움을 두고 “샘물이 혼자서 종일/ 절그림자 헹구”고 있다니 기가 막힌 절창이다. 시인은 선(禪) 조각의 어느 하나를 시어로 빌려온 것이 분명하다. 암자 앞 모과나무와 은행나무 열매가 저절로 익어 제풀에 뚝뚝 떨어지면 “운달산 가을소식을/ 알고 왔냐”며 길손에게 묻는 대성암의 가을이 부처를 대신하여 선문답하고 있다. 민병찬 시인의 시가 가을 경전이 되고 있다.
------ 민병찬 시조시인 (1942~ ) 경북 문경 출생. <시조문학> 천료 등단(1986), 시집 사모곡 시조집 가을비 그 뒤 외 3권 시조화집 남한강 서정, 나래시조문학상, 정석주문학상 외 ㈜원창목재 경영, 양평사생화 회원(개인전 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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