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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68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8월 21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조령샘

                                   조성순


괴나리 봇짐에도
숨이 턱에 차는 된비알
미처 오르지 못한 안개 속
조령샘이 숨어 있다

수줍은 버드나무에 기대앉아
졸졸졸 뛰는 가슴이 흐르면

샘물 한 모금에
나는 나무가 되고
너는 숲이 된다

동자꽃 이정표로 핀
문경 조령산에서
우리는 흐르는 샘물이 된다



조령샘은 백두대간 이화령에서 출발하여 1시간쯤 산행하다보면 조령산 정상 못 미친 800m 고지쯤에 있다. 산경표에 따르면 백두대간은 백두산 병사봉(兵使峰)에서 시작하여 계곡이나 강을 지나지 않고 산줄기만으로 지리산 천왕봉까지를 이른다. 문경은 산림청이 지정한 한국 100대 명산 중 주흘산, 조령산, 대야산, 황장산이 백두대간의 백미로 약 110㎞에 걸쳐 있다. 일찍이 이유봉(1672-1744)은 ‘유산(遊山)은 독서와 같다’ 하였다. 바위를 오르고 땀 흘리며 소나무 밑에서 세상 경치를 감상하며 황홀한 노을을 바라보는 것이 시각적 탐구의 독서가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내려놓으려 산행 길에 나서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먼저 채워야하는 자아실현의 실천이 아니겠는가.

그래서일까.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시크릿(secret)하게 조령산에 오르는 시인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괴나리봇짐에도/ 숨이 턱턱 차는 된비알”이라며 옛 과거길 선비들을 떠올린다. 영남대로와는 달리 1017m의 조령산은 카리스마가 있는 능선이다. ‘비알’은 비탈의 방언으로 “된비알”은 아주 험하고 거친 비탈로 구름과 안개 속에 “조령샘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미처 정상에 오르지 못한 운무들이 잠시 쉬고 있다. 시간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조령산 운무는 모습을 달리한다. 우리네 삶 또한 그러하지 아니한가. “샘물 한 모금”이 도회를 떠나온 화자에게 “나는 나무가 되고/ 너는 숲이 된다”며 자연의 철학이 통찰의 언어가 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자연 앞에 동등한 존재이지만 각자 자기 삶을 수도자처럼 열심히 살아간다면 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꿈을 이룬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세상을 향한 긍정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

논어 옹야(翁也)편에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이라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시비지심(是非之心])이 지혜의 출발이라면 남을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인(仁)의 시작이다. 물은 투명하고 깨끗하며 산은 진중하고 넉넉하다.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냐 묻길래 웃고 대답 아니해도 마음 절로 한가롭네’라는 이백(701-762)의 산중문답을 닮았을까. 시인은 “동자꽃 이정표로 핀” 조령샘터에서 다시 샘물로 흐르기를 소망한다. 여름에 피는 동자꽃은 주황색 기다림이다. 시인의 성정 또한 맑은 탕처럼 담백하다. 이 시는 아름답고 수려한 미문(美文)이 아니다. 순박함이 다정하여 마치 더운 여름날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하고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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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순 수필가, 시인, 충북 옥천 출생, 2006년 『에세이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원, 대전문협 사무국장,
대전문협 올해의작가상(2019), 대전예술인총연합회 예술문화상(2022), 한국문학인상(2023),
수필집 『아버지의 뒷모습』, 『내일은 사하라에서』 시집 『바람의 도시』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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