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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
| 진남교반
방대혁
구름이 나무 가지에 앉아 강물에 취하고 울다 지친 매미 옷 날갯짓이 수없이 분 바람에도 껌딱지처럼 나무옷에 매달려 버티다 마지막 기력을 다하여 이제 그만 가야지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천년 고모산성 역사의 함성 삼국회오리 속에 사라진 영혼들
수없이 많은 사연 진남교반 토끼비리를 스치며 흔적을 묻혔건만 형체는 없고 소리만 백지위에 먹물로 뿌려져 흐르고 있네
독일의 낭만주의 철학자 셸링(Schelling 1775-1854)은 ‘시를 쓴다는 것은 본능적 행동 운명의 힘처럼 통제할 수도 없는 힘으로서의 영감(inspiration)'이라 했다. 이 시는 시상의 확대와 심화단계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대상인 진남교반을 글로 그림을 그리듯 서경적 묘사를 하다가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면서 문학적 상상력으로 비약시켰다. 서정과 서사로 이루어진 시의 전개가 안정된 평형으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로운 포괄시(inclusive poetry)의 함축성이 뛰어났다.
서산대사(1520-1604)는 일찍이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生也一片 浮雲起)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쓰러짐이다(死也一片 浮雲滅)’ 했다. 오정산 태극정에 오르면 진남교반은 삼태극(三太極)인 산과 물, 길이 만들어낸 세 개의 태극문양으로 그 경치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문경의 소금강이라 불리지만 백두대간을 넘는 최초의 고갯길인 하늘재가 신라 아달라왕(156년) 때 개척된 뒤 영욕의 역사현장에 늘 소환되었다. 시인은 “구름이 나뭇가지에 앉아/ 강물에 취”한 광경을 바라본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구름이 바로 시인이다. 바람조차 정지된 강은 영강이다. 어룽지는 물밑으로 제 모습을 해제하지 않은 수석들이 보석처럼 봉인된 채 웅크리고 있다. 아직 청정수역인 저 강에 어찌 구름만이 머물겠는가. 밤이면 월인천강의 달빛도 그윽하다. 하여 여름의 끝자락 입추가 지나면서 그악스런 매미울음소리 낭자해질 때 “이제 그만 가야지” 화들짝 놀란 매미가 “바람을 타고 사라”질 때까지 명경지수 삼태극 강물에 취한다.
시인의 감각적 표현은 여름이 떠난 자리에 객관적 사실로 회화적 이미지즘(imagism)이 되고 있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시어들이 관념적이다. 제재의 형상화가 간결하고 참신하여 읽는 이에게 진남교반의 조형언어를 구축하고 있으나 서사성의 리얼리티(reality)가 상징적이다. “천년의 고모산성”이나 “역사의 함성”이 그러하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변화의 과정으로 조지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수많은 사연들이 토끼비리의 흔적에 묻혔지만 토끼비리 전설은 한국의 차마고도가 되었고 오늘날 트래킹의 명소로 진남교반이 대한민국 틱톡(Tiktok)의 플랫폼이 되고 있다.
------ 방대혁(1950~ ), 경북 문경 출생, 2020년 불교문학 시로 등단, 문경새재문학회 감사, 상주석재 전무, 문경광업소 소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