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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65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7월 31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聞喜雪景 문희설경
 

                                      김영우


冠山瑞雪兆豊生 관산에 내리는 서설은 풍년의 조짐이고
관산서설도풍생

天作風光神秘成 하늘이 만든 풍광이 신비를 이루었네
천작풍광신비성

散散紛紛飄落葉 어지럽게 흩날리는 낙엽은 떨어지고
산산분분표락엽

霏霏片片降無聲 하늘의 구름 닮은 눈은 소리 없이 내리네
비비편편강무성

蜿蜒白路梨花嶺 굽이굽이 흰 눈길 이화령
완연백로리화령

皎潔銀松鳥谷城 기품 고결한 은빛 소나무 조곡성
교결은송조곡성

忽變故鄕仙世界 홀연히 고향은 신선 세계가 되어
홀변고향선세계

自然造化感嘆情 자연의 조화가 감탄의 정을 느끼게 하네
자연조화감탄정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끓는 지구(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되었다.’ 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이 밝혔다. 지난 한달 동안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려 전국을 수해현장으로 만든 올 여름이 다시 폭염과 열대야로 미친 듯하다. 저절로 겨울 설국의 하얀 눈이 생각나 시 몇 편을 읽다가 ‘문희설경’ 한시가 눈에 띄었다. 관산(冠山)은 우리 고장의 으뜸 산인 주흘산이다. 서설(瑞雪)은 상서롭다는 뜻이며 눈이 많이 내리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하는 것은 사실 과학적 근거가 있다. 대기의 구성성분인 질소, 산소, 아르곤, 이산화탄소는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그 중에서도 질소는 다른 물질과는 반응하지 않으나 눈, 비, 번개 등에 의해 뿌리혹박테리아로 고정되어 식물의 영양소로 이용된다. 겨울에 농작물의 보온역할과 봄이 올 때까지 물 공급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눈이다.

시인은 눈이 오는 것은 “하늘이 만든 풍광이 신비”를 이루는 것이라며 찬하한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나무줄기와 잎새 사이에 떨켜층(abscission layer)이 생겨 오색 단풍을 만들고 그동안 광합성으로 영양분을 공급해주던 나무와 이별한다. 그 이별이 “산산분분(散散紛紛)”이 되어 낙엽은 하심(下心)이 아니라 속세의 인연으로 정지되면 “비비편편(霏霏片片) 소리 없”는 눈은 하늘의 구름을 닮는다. 소리 없이 오는 것을 보니 필시 함박눈이 분명하다. 경이로운 절주(節奏)가 진경산수화로 굽이굽이 이화령이며, 조곡성 기품 가득한 은송(銀松)이 순백의 눈꽃을 피운다. 북송의 소동파(1037~1101)가 ‘왕유의 시를 음미하노라면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그의 그림을 관찰하노라면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라고 해서 생겨난 말이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가 아니던가. 주흘산 눈 오는 설경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언어의 표층을 뚫고 올라오는 시어가 심상의 형상을 구축하고 있다.

시인은 황홀하게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사이 신선의 세계에 머문다. 신선(神仙)은 도교사상의 키워드이다. 홍익인간의 이념이 신선을 꿈꾸지만 자연은 우리 삶의 본연(本然)이다. 저 함박눈을 보면서 욕심을 내지 않고 살아가면 스스로가 무거워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배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문경의 위대한 “감탄의 정”이 어찌 시인 혼자만이 느끼는 서정이겠는가. 이 시가 무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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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1957~ ), 호 여산(如山), 경북 상주 출생.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문경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 경북도교육청연구원장, 문경향교 장의, 안동대학교총동문회장, (사)국학연구회이사장, 조령한시회, 문희시우회 회원, 제27,28회 도산별관대전(우작), 제20회 문경전국한시백일장(가작), 제4회 1593전국전주별시(참방), 제1회 함양향교 전국한시백일장(가작)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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