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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59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6월 13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점촌에 산다는 것 

                                           최우창
 
 점촌(店村),
점방(店房)이 있던 마을
‘가게’가 있던 마을이라는 말이다
옹기점이 있었던 마을, 점촌
그 마을에 난 장가와 여태껏 접붙이고 산다
점촌에 산다는 것, 아무리 잘나봐야 촌놈이다
점촌에 산다는 것, 별짓 다 해봐야 촌놈이다
땅이름이 그러니 별수 없이 촌놈이다
외지인들이 보자면
문경도 시골인데 그곳에서 점촌이니
오지 중에 오지가 되겠지만,
그 점촌에 내가 여태껏 접붙이고 사는 것은
참 살기 좋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땅이름이 촌스럽다
구시렁구시렁 대지만
문경이 전통도자기로 이름난 걸 보면
나와 잘 어울리는 나의 아내처럼
문경은 ‘옹기골’ 점촌에 찰흙 같은 궁합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촌에 장가와 접붙이고 살길
잘했다 싶다.


“점촌(店村)”은 “점방(店房)이 있던 마을” “옹기점이 있었던 마을”이라 해서 유래된 지명이다. 시인은 ‘점촌에 산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아내를 만나서 행복하다고 한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초연함을 보이는 화자의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태도가 아름다운 서정보다 진솔하다. 독일의 시인 한스 카로사(Hans carossa 1878~1956)는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라고 했다. 하여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한순간도 만남이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시공의 연속이 아니던가.

그런데 시인은 아내와의 결혼을 엉뚱하게도 “접붙이고 산”다 한다. 접(椄)은 식물이나 나무들의 품종개량을 하기 위한 행위인데 직설적인 기지(機智)를 인용한 것은 반전을 위한 재치 넘치는 시의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시는 마음이 흘러가는 것을 적는 일이지만 이 시는 시인의 영적의미(Spiritual connotation)로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는 나무를 사람의 영혼으로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서 11장 24절에‘네가 원 돌감람나무에서 찍힘을 받고 본성을 거슬러 좋은 감람나무에 접붙임을 받았으니’라고 적고 있다. 접붙임이란 자기의 살을 잘라내고 다른 나무의 살을 붙여야하는 괴로운 일이지만 상처치유 과정의 시간이 지나면 드디어 풍성하고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는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의 암시적 묘사(suggestive description)이다. 화자는 다시 “아무리 잘나봐야 촌놈”이고 “별짓 다해봐야 촌놈”이라는 명제 앞에 “구시렁구시렁 대”는 혼잣말로 독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장가(杖家)는 주로 접미사인 ‘들다, 가다, 보내다’등과 어울려 쓰는 아내의 본가인 처가를 뜻하며 화자가 장가를 왔다고 하는 것은 꼼짝달싹 할 수 없는 점촌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점촌은 옹기를 굽는 마을이다. 옹기는 약토라는 황갈색의 유약을 입힌 질그릇으로 옹(甕)은 ‘독’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어이다. 항아리나 장독 등의 옹기는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온 우리의 그릇으로 문경은 예부터 찻사발로 이름난 고장이다. 시인은 “나와 잘 어울리는 나의 아내처럼” “찰흙 같은 궁합”의 옹기골 점촌을 예찬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점촌에 장가 와 접붙이고 살길 잘했다”며 아내를 위한 최고의 헌사(獻詞)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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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창 시인, 경북 구미 출생
문경시 점촌중학교 역사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펜클럽 회원,
저서 『별난 한국사 Keyword 상(上)』(2014), 『앎엔삶』(2017), 『별난 한국사 Keyword (下)』(2019)
시집 『그 매미는 나무에서 울지 않았다』(2012), 『나는 개울가 자갈돌입니다』(2015)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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