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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56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이사장

배바위 위 봉분 한 채

                                         신 현 련


꼭 너 같은 자식 낳아 길러봐라
엄마가 소리를 지르려다
눈물을 쏟으려다
그 속이 내 속이 될 때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금천가에 정자 한 채 지었다

비 오면
우리 엄마 무덤 떠내려간다
청개구리처럼 울까봐
배바위 위에 지었다

하늘에서 보면 온통 시커먼 바위
내 얼굴처럼 보일까 심은 능소화
기제사 지내는 6월
바위가 붉도록 소리쳤다

엄마
나 여기,
잘 살고 있어요


이 시는 독특한 구어체(colloquial style)로 전개되는 시상이 파격적이다. ‘이탈의 구실’이 된 시인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가 시적허용(poetic licence)으로 무장무애(無障無礙)하다. 주암정(舟巖亭)을 배바위 봉분(封墳)이라 한다. 봉분은 무덤을 말한다. 망자(亡者)에게도 정주 공간은 필요하지만 주암정을 봉분으로 해석하는 시인의 역발상이 효경(孝經)의 효지종야(孝之終也)를 넘어서면 이미 본(already seen) 데자뷰(Dejavu)가 아니라 항상 접하는 익숙한 상황이지만 처음 접하는 것처럼 낯설게 보여지는 뷰자데(Vujade)로 거침이 없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모든 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자식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생각도 달라 어깃장을 놓을 때면 부모님으로부터 “꼭 너 같은 자식 낳아 길러봐라”라는 애증(愛憎)의 넋두리를 한두 번쯤 들어보지 않았는가. 이는 정신분석학적으로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이라 하는데 이 감정은 논리적으로 서로 어긋나는 표상의 결합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상실감, 슬픔, 혐오 등이 희망과 기쁨, 연민 등과 함께 섞여 있는 상태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양면성 이중성이라 할 수 있는 양가감정은 어쩌면 감기와 같은 것이다. 가장 사랑하고 있지만 때로는 미운감정이 양립하여 완치되는 증상도 아니며 꼭 극복해야 할 대상도 아닌 그때 그때의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시인의 은유는 능수능란하여 속상한 엄마가 “소리를 지르려다/ 눈물을 쏟으”려 할 때 “그 속이 내 속이”된다며 “금천가에 정자 한 채 지었다”는 감정환기적 진술(emotive statement)을 구사하고 있다. “비 오면/ 우리 엄마 무덤” 떠내려 갈까봐 “청개구리처럼 울”지 않으려 배바위에 지었다 한다. 서정시의 본령은 사물에 대한 이미지 은유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통해 전개되는데 생원시에 합격하고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주암 채익하(1633~1675)를 빗댄 깊은 사색의 은유가 이 시를 견인하고 있다. 여름을 대표하는 양반꽃 능소화가 음(陰) 6월 기제사날 “바위가 붉도록 소리”치며 은자(隱者)의 선비를 흠모하는 주암정은 이미 문경의 핫플레이스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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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련 (1963~ ) 시인,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2006년 《포항문학》 등단, 한국아파트신문 수기모집우수상(2023).
현재문경문인협회 사무국장, 아파트관리사무소장.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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