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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
| 문경새재 야간산행
정종열
한줌씩 뿌려주는 달빛으로 푸르네 발걸음 뗄 때마다 어둠이 짙어지네 3관문 향하는 길에 완주의 기쁨 솟네
달덩이 땅 아래 내려다보네 뽀드득 바삭바삭 달빛의 발소리인가 고와라 달빛 향하여 흰눈이 빛을 내네
시인은 새재의 밤하늘 고요와 적막이 “한줌씩 뿌려주는 달빛”때문이라 한다. 한줌의 달빛은 정량적 계량을 구체화하지 못하는 달의 문학적 미각을 돋구는 감성의 소울푸드(Soul food)가 된다. 풍류로 치환되는 달빛의 호사스러움으로 그 음영의 세계를 그려내는 달빛 소리 들어보았는가. 성근 바람과 구름을 스치는 달빛이 교교(皎皎)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산으로 내려오는 푸른 달빛 한줌이 그리움으로 진화하여 김홍도의 ‘소림명월도’를 보는 듯하다. 이 시 또한 필시 11월이나 2월 어느날에 겨울밤 풍경이겠지만 나뭇가지에 걸친 화각의 명월은 결코 스산하거나 처연하지 않다. 오히려 “3관문 향하는 길에 완주의 기쁨 솟”는 것은 성취욕구(Need for achievement)의 발현으로 족히 이십 리가 넘는 밤길을 온몸으로 애무하는 달빛이 짙어지는 어둠의 시간을 성찰한다.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 여행'이 있다. 문경시와 문경문화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05년 시작되었으며 매년 5월부터 10월 사이에 음력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 야간에 행해지는 체험형 축제의 효시다. 관광해설사와 함께 드라마 촬영장과 원터 주막에서 과거시험 체험, 짚신 신고 걷기, 주먹밥 먹기, 색소폰과 통키타 연주 감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시인은 적요한 겨울밤 새재 야간 산행에 나선다. 새재는 “뽀드득 바삭바삭” 달빛 발소리로 어둠에 묻힌 의성어를 끝없이 끄집어내며 지상의 월광소타나를 협연한다. 바람소리가 달빛을 끌어모은다. 보름이 되면 달빛은 선정적으로 더욱 풍만해지고 세상을 밝히는 고요함마저 바람꽃으로 흔들리면 화자는 선험적(先驗的) 관능과 삶의 기쁨으로 가득 찬다.
잔설로 남아 눈 위에 써놓았던 시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그래도 못다 한 말들은 자꾸만 가슴을 파고드는 사랑이 될 터이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일이 아니겠는가. 아무렴 청사초롱이 없으면 어떠랴. 한가로움이 농익은 달빛이 시인의 다정한 감탄으로 형용되어 “고와라 달빛 향하여 흰눈이 빛을”내며 잠들지 않는 새재의 쏟아진 달빛을 길어 올리는 넉넉한 시(詩)가 된다.
------ 정종열 (1965 ~ ) 시인, 경북 상주 출생 백두산문학 시 당선(2017), 문경문인협회 회원, 경북문화예술교육 강사 작가사상, 청음시낭송예술인협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