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
|
월방산 각시붓꽃 조향순
월방산 각시바위 가는 길에는 봄마다 각시 발자국이 살아납니다 산자락에서부터 벼랑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발자국이 묵은 낙엽을 헤치고 드러납니다 나도 가요 따라 가요 발자국마다 고인 눈물 파랗게 찰랑거립니다 절벽 위에 섰을 때 쏟은 눈물이 벼랑 아래에도 뚝! 뚝! 군데군데 파랗게 떨어져 있습니다
각시붓꽃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언덕에 피는 꽃이다. 잘 벼러진 붓을 든 여인이다. 그 꽃을 보면 새삼 스무 살의 내가 깨끗해진다. 그 꽃 만나러 잿봉서 각시바위에 오르면 ‘그대 각시 바위 전설을 들어 보았소. 아님 각시님 떠나신 그 길을 걸어는 보았소. 먼 옛날 하늘 아래 봉서에 시집 온 각시가 살았답니다. 시부모의 시집살이는 한설보다 매섭고 전쟁 나간 신랑을 기도하는 색시여. 남편의 죽음을 접한 각시는 용주성이 보이는 바위에 올라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갔’다는 여인의 열행담(烈行潭)이 구비설화로 전해진다.
각시는 갓 결혼한 젊은 새색시를 이른다. 이 시는 월방산(月芳山, 360m) 각시바위의 전설을 설화시(說話詩)로 창작하였으며 서사(敍事)의 주제는 각시붓꽃이다. 이른 봄에 잠시 피었다가 봄이 다 가기 전에 지고 마는 남색의 다소곳함과 소박함이 향기롭고 청순하다. 월방산은 이름난 명산(名山)은 아니지만 주흘산과 더불어 문경의 영산(靈山)이다. 고녕가야(古寧伽耶) 삼국통일 신라를 거치면서 문경에서 가장 오래된 산신각이 있는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그곳에 각시바위가 있다. “각시바위 가는 길”은 월방산의 우백호(右白虎)로 여인의 정절과 절개가 벼랑 끝에서 “봄마다 각시 발자국이 살아”난다며 시인은 각시붓꽃의 전생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애절한 순애보가 “묵은 낙엽을 헤치고 드러”나면 낭창낭창한 허리 가냘픈 미인의 시어로 황홀하다.“나도 가요/ 따라 가요”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각시의 절규는 허공의 사랑으로 흩어지는 봄날이다.
시인은 눈물로 지극한 사랑의 시를 쓰고 있다. 각시의 사랑이 절대적임으로 증명하는 귀납의 언어들이 “발자국마다 고인 눈물 파랗게 찰랑”거리며 눈부시다. 신라의 화랑 관창을 사모하는 그리움이 파란 섬광으로 키를 키우면 각시붓꽃의 정조는 끝내 벼랑아래 군데군데 눈물로 “뚝! 뚝!” 떨어져 꽃이 된다. 애달픈 사랑이다. 각시바위에서 각시붓꽃을 쓰는 시인의 세필(細筆)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섬세한 봄의 색이 된다. 지금쯤 월방산은 진달래 축제가 끝나고 각시붓꽃의 계절이다.
------ 조향순 (1952 ~ ) 시인, 경북 청송 출생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77), 한국문인협회문경지회 회장 역임, 시집 『꿈은 꿈대로』 『풀리는 강가에서』, 산문집 『말 붙잡기』 『빈자리에 고인 어둠』 『가끔씩 죽어보기』 35년간 문경에서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재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