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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43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2월 20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역사는 주흘산 위를 흐르며

                                                노두원

주흘산 산굽이 돌아가는 길은 바람이 구르는 길
과거길 올랐다는 선다님들
가슴 조이던 사연들을 계곡에 묻었다니
청운이란 안개 구름 아니더냐?
세월만 화석 되어 길손 소매 잡는구려.

교귀정에 걸터앉아 팔왕소 바라보며
음풍농월 시를 짓던 호사스런 선비님아
공명이란 박달나무 이파리에 이슬방울이라면
구태여 일천장 주흘봉을 땀 흘리며 올랐으랴
신길원 충렬비엔 피맺힌 단심(丹心) 방울방울 듣구려.

주흘관 남문 열리면 영남대로 천리길
그 길은 낙동강이 끼고 돌며
조령관 북문 열면 한성이 천리길
한강수가 동반자다.

문경 품은 주흘산은 나라의 진산
그 산이 홀로라도 동해만경 살필 때
역사는 구름처럼 주흘산을 감돌며
전설은 안개 되어 고갯길에 깔린다.



새재 과거길은 청운(靑雲)의 꿈을 걷는 길이다. 청운은 사람들이 입신출세 하려는 꿈과 희망의 푸른 구름이 아니던가. 그 상상봉(上上峰)이 주흘산이다. 시인은 “주흘산 산굽이 돌아가는 길”에 바람의 소리 만나 계곡에 묻어둔 선다님(先達)들의 무량설화(無量說話)가 주흘산 위 역사로 흐른다고 한다. 역사는 시간의 성찰, 공감, 소통이다. 하여 “세월만 화석 되어 길손 소매 잡는구려”의 싯귀가 예사롭지 않다. 원래 ‘~구려’는 형용사 ‘이다’의 어간 또는 선어말(先語末)어미 ‘으시’‘었’‘겠’의 뒤에 붙는 하오체이다. 주로 구어체로 쓰이기도 하지만 화자는 주흘산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감탄하고 있다.

주흘산 남서쪽 계곡 교귀정 팔왕소(八王瀑布) 경치는 빼어나 누구나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두고 시를 짓고 즐기는 선비들에게 공(功)을 세워 이름(名)을 떨치는 일도 부귀영화도 “박달나무 이파리에 이슬방울”이라며 경계한다. 그렇다. 우리의 삶은 무엇 하나 그저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일천장 주흘봉을 땀 흘리며” 오르는 일도 임진왜란 때 관인을 입에 물고 순국한 문경현감 “신길원 충렬비엔/ 피맺힌 단심(丹心) 방울방울”이 역사가 되는 것도 금석위개(金石爲開)가 아니겠는가. 주흘산이 역사를 만들고 기록하는 경전이 되고 있다. 제1관문인 “주흘관 남문 열리면 영남대로 천리길/ 그 길은 낙동강이 끼고 돌”아 영남학의 꽃을 피웠다. 제3관문인 “조령관 북문 열면 한성이 천리길/ 한강수가 동반자”로 주흘산은 조선의 정치 경제 도덕 종교 풍속 문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Culture)의 가르마를 타고 있다.

학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형상의 주흘산은 관(冠)의 형국이다. 예로부터 나라의 기둥이 되는 큰산(中嶽)으로 우러러 매년 조정에서 향과 축문을 내려 제사를 올리던 신령스런 영산이다. 문경의 진산이기도 한 “그 산이 홀로라도 동해만경”을 살피면 “역사는 구름처럼 주흘산” 위로 흐른다며, 안개처럼 깔리는 여궁폭포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했다는 혜국사의 전설을 시인은 고갯마루 야생화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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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두원 (1939~2022)경북 문경 출생.
문예비전 시부문 등단(2005), 문예비전문인회4대회장. 경북문협 작가사상 회원.
산북중.정보고등학교 교장 퇴임. 전국독도사랑공모전3회 입상. 백화문학상(2015)
저서 ????교육가정독서???? 시집 ????암놈매미는 울지 않는다????(2007), ????눈을 감아야 보이는 곳????(2014)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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