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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40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1월 27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踰鳥嶺 宿村家 유조령 숙촌가
     - 새재를 넘어 시골집에 묵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



嶺分南北與西東 영분남북여서동
새재는 남북과 동서를 나누는데

路入靑山縹渺中 로입청산표묘중
그 길은 아득한 청산으로 들어가네

春好嶺南歸不得 춘호영남귀불득
이 좋은 봄날에도 고향으로 못 가는데

鷓鴣啼盡五更風 자고제진오경풍
소쩍새만 울며불며 새벽바람 맞는구나


강숙인 작가는 김시습을 조선의 햄릿이라 했다. 평생을 방랑하며 세상을 살아온 김시습은 선비가 세상에 나아가는 것이 ‘출(出)’이고 재야에 묻혀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을 ‘처(處)’라고 한다면 세속적 욕망과 소신 사이에서 고뇌한 시대의 방외인(方外人)이었다. 생육신이었던 그의 본격적인 탕유(蕩遊)는 묘향산이 있는 관서지방을 시작으로 관동, 호남, 영남을 유람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연애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것은 7년간 머물렀던 경주 금오산의 용장사에서였다. 이후 새재를 넘으며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한시는 『매월당 시집 권12』에 있다. 새재 주막 입구의 시비는 3개의 돌로 구성되어 중앙의 자연석에 번역문을 오른쪽에는 매월당을 소개하고 왼쪽에 원문을 새겼다.

“새재는 남북과 동서로 나누는”것은 동(東)으로는 주흘산이 서쪽에는 조령산이 있기 때문이며, 남북으로 낙동강 발원지인 초점(草岾)이 조령천을 이루고 새재 옛길을 따라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의 3관문이 있어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품은 뜻이 높으면 생각 또한 깊지 않겠는가. 시습이 새재길을 들어서며 “그 길은 아득한 청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한다. 한 세상 내면에 확고한 깨달음의 자리 견처(見處)가 청산이었을까. 나옹선사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탐욕도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라 하였고, 황진이는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라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며 흘러’ 간다 하였다. 불변성(不變性)의 청산은 김시습이 한평생 추구한 이상형의 연산(演算)이 아니던가.

청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어디 있으랴만 “이 좋은 봄날”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습은 춘야(春夜)의 수심으로 가득하다. 새벽잠을 못 이루고 울음으로 길을 놓는 소쩍새를 만난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다정한 소쩍새는 풍년조(豊年鳥)라 하였다. ‘소쩍다 소쩍다’ 우는 소쩍새의 울음은 가을의 풍년이 들 것을 알려주는 전조(前兆)이다. 이슥한 봄밤 애간장을 끓이는 그 처연한 울음소리에 봄꽃은 화들짝 피어나지만 천하에 김시습도 새벽까지 소쩍새 우는 까닭을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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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金時習, 1435년~1493) 본관은 강릉, 서울 출생, 학자, 문인, 생육신
호는 매월당, 청한자, 췌세옹, 법명은 설잠(雪岑)
저서 『매월당집』 『금오신화』 『탕유관서록』 『유금오록』 등
초상화는 부여 무량사에 소장, 이조판서에 추증(1782)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3년 0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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