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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34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별 다방

                                        이 원 규

저 멀리 빛난나고 다 별빛은 아니었네
점촌역전 골목의 지하다방
그녀의 청보라 스웨터에 별들이 반짝거렸지
한번 불붙으면 펄펄 뛰는 팔각 성냥갑
달달하게 녹기 전에는 날 세운 각설탕

오빠야, 내도 차 한 잔 마실게

옆자리 앉자마자 허벅지 쓰다듬으며
근데 얼굴이 캄캄한 오빠는 뭐하는 사람?
나야 뭐, 지하 막장에서 벼, 별을 캐지
아, 죽어야만 2천만원짜리 그 막장 꺼먹돼지!
그래 그래 별마담, 커피 두 잔 부탁해

철없는 시인이 되었다가 폐광하고
경제학 원론을 불태우던 그 시절
지하1층 별다방에서 별똥별을 보았지
밤마다 9톤의 별들에게 다이너마이트 터뜨리며
지하 700미터 막장에서 운석을 캐냈지
오후 네 시에 팔팔항목으로 들어가
자정 무렵 시커먼 포대자루로 기어나오면
코피처럼 폐석처럼 쏟아지던 별빛들

세상도 나도 너무 밝아져 다 식어버렸네
지천명 넘어서야 밤의 지리산 형제봉
해발 1100미터 산마루에 홀로 누워
아득하고 아련한 별빛들을 소환하네
아주 가까이 빛나는 것들은 모두 별빛이었지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별 하나의 소망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시인은 “저 멀리 빛난다고 다 별빛은 아니었”다며 지나온 삶의 순간들이 인생이라는 상호작용의 풍속도였음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하여 별의 진화(Star evolution)가 닿을 수 없는 “오빠야, 내도 차 한 잔 마실게”라는 탯말을 밤의 지리산 형제봉에서 실루엣으로 소환한다.

한때 돈이 흥청거리던 탄광도시 점촌(店村)은 한집 건너 대포집이었고 두 집 건너 다방이었다. 신기하게도 마담들의 붉은 웃음과 자지러지는 교태가 주야로 별로 뜨고 있었지만 그 별은 슬픈 별이었다. 돈을 모아 가난한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보태야하는 “청보라 스웨터에 별들이 반짝”이는 순정은 유혹의 요깃거리였다. 남정네들의 욕망이 “팔각성냥갑”으로 활활 타오르면 기어코 허벅지를 내주고야 말았던 기구했던 “날 세운 각설탕”은 어디쯤에서 녹고 있을까.

오래전 별똥별이 된 별다방은 화자인 청년시인이 찾던 또 다른 막장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커피 한 잔보다는 고단한 하루를 위안하는 역전 지하다방 가진 것은 없어도 우쭐대던 남자의 자존심이 있었다. 옆자리에 앉아 친오빠보다도 더 살갑게 속보이는 친절을 보이던 레지(reji)에게 홀라당 넘어간 건 아니지만 “그래 그래 별마담, 커피 두 잔 부탁”한다며 선뜻 오케이 하던 철부지 시인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경제학 원론을 불태”워 버리고 “나야 뭐, 지하 막장에서 벼, 별을” 캔다며 더듬거리지만 살아가면서 우리가 꿈을 이루는 데에는 제한된 시간은 없다.

이제 키오스크(Kiosk)나 진동벨이 없는 옛날 다방은 찾아보기 힘들다. 온통 카페 천지다. 그 카페에는 성근 사랑도 이별의 뽕짝도 낭만조차도 없다. 다시 시인은“아주 가까이 빛나던 것들은 모두 별빛”들이라면서 별다방의 별을 찾아나서는 행성(行星)이 된다. 굳이 별의 죽음을 견별(甄別)하지 않는다면 “코피처럼 폐석처럼 쏟아지는 별빛들”은 모두 그리움의 화석이 된다. 분명코 “그 막장 꺼먹돼지”였던 시인에게 남은 꿈과 희망은 아직도 추억의 별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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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규 시인, 사진작가(1962~ ) 문경 출생.
시집 『돌아보면 그가 있다』 외 6권, 산문집 『지리산 편지』 외 5권, 시사진집 『그대 불면의 눈꺼풀이여』
제16회 신동엽문학상, 제2회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인사동 초대사진전 등 전국순회 5회 사진전 개최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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