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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
| 새재 억새 김시종 억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의를 한다 중지(衆智)를 모아 흐뭇하다고 머리를 끄덕인다
사람 사는 세상에도 제발 좀 싸우지만 말고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으라고 슬기로운 흰머리들이 타이른다
늦가을 햇살에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눈부신 억새를 보라. 바람이 억새가 되고 억새가 바람의 소리 되어 봉두난발하지만 결코 남루하지 않는 유혹이 빛의 군무로 황홀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옛길인 문경새재 억새는 낙동강 발원지인 ‘풀(억새)이 우거진 고개’ 초점(草岾)에서 피어나지만 계절과 숲의 질서이며 자연의 운율이 아니겠는가.
시인은 멋스런 풍자와 해학으로 “억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모의를 한다”며 시적 상황의 전개를 한편의 영상처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억새와 바람이 만나 깨달음을 주는 전형적 은유의 의인화(Personification)로 단순히 외형의 모양이나 형태로만 아니라 억새를 상징적 인격(人格)으로 묘사하는 서정적 이미지스트(Imagist)가 참으로 예리하다.
하여 억새가 바람의 소리를 만나 어감을 분화시키면 “중지(衆智)를 모아 흐뭇”하다는 시인은 원융(圓融)의 지혜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내로남불이 상투어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네탓이고 내탓을 찾아볼 수 없다. 착한 놈을 두들겨 패면 폭력이고 나쁜 놈들을 응징하면 그것이 마치 정의인 것처럼 잘잘못의 원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내뱉으며 이전투구하는 척독(尺牘)의 세상이 안타깝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라 하였으며 시인은 억새의 흔들림이 소통이라고 규정한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 일이겠지만 억새는 제몸 하나 반듯하게 지탱하기 힘든 바람길에서 “제발 좀 싸우지만 말”라며 의연하게 사람들의 귀를 훔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아직도 이태원 참사로 많은 분들이 희생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끝없는 정쟁은 볼썽사납다. 시인은 바람을 노래하는 억새들의 몸짓에서 삶의 깊이를 조형하며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으라고 우리를 점잖게 타이르고 있다.
------ 김시종 시인(1942~ ) 경북 문경 출생.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1967), 시집 『오뉘』 외 45권 발간, 수필집시장 풍년(1989) 외 5권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창립, 1대 지부장(1976), <백화문학> 창간 (1977) 경상북도문화상문학부문(1983) 외 다수, 문경중학교 교장 정년퇴임, 황조근정훈장 수훈(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