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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 산불됴심 김병중 산과 불과 됴와 마음이 음각되어 있는 화강암의 한글비석 하나
눈으로 보면 받침돌 없는 일층탑이지만 마음으로 보면 엄연히 사층탑이다
일층은 사람 이층은 됴 삼층은 불 사층은 산으로 된 한몸
사람이 명산의 도를 알면 불이나지 않고 불이 산의 깊이를 알면 산을 태우지 못한다
잦은 날개짓에 불이 날까 새조차 쉬어 넘는 새재길 도심(道心)이 단단한 조심으로 비켜서서 나그네 걸음을 지켜본다
좋은 시는 구조가 탄탄하다. 이 시는 ‘산불됴심’이라는 원형성의 이미지가 심리적 모티베이션(Psychological Motivation)을 구축하면서 보편적 가치를 치환 또는 전이시키는 방어기제가 돋보인다. 물론 시적구조가 단순할수록 시는 쉽게 읽혀지지만 평서형(平敍形)의 시어들이 시인의 의도대로 자력작용(磁力作用)을 하면서 오브제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즉 외재적 내재적 언어의 표현이 독자들에게 소통의 풀랫홈이 되고 있다.
문경시 상초리 새재길에 있는 ‘산불됴심’표석은 현존하는 유일한 한글비석으로(경북문화재 제226호 지정) 제작연대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약 200여 년 전인 영․정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대에도 산불은 조정의 큰 골칫거리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하는 대형 산불들은 과거 경험이나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한번 산불이 나면 산림의 황폐화는 물론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산은 생명의 근원이고 생태계의 보고이다. ‘산불됴심’은 바로 자연보호의 시금석이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이 표석을 두고 시인은 분명한 대비(對比)의 역설로 비유의 완성을 시도하고 있다. 문학에서 대비는 가장 명료한 수사법이다. 하여 “눈으로 보면 받침돌 없는/ 일층탑”이나 “마음으로 보면/ 엄연히 사층탑”이라는 세밀(細密)함이 상승하면서 ‘산불됴심’글자 하나하나가 한몸으로 산이 된다. 이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사물의 집합과 거기에 속하는 낱낱의 시어들이 생겨나는 제유(提喩)로 야콥슨(R.Jakobson, 1896~1982)의 선택과 결합의 본질이 되고 있다. 시인은 다시 명쾌한 아포리즘(Aphorism)으로 우리를 이끈다. “사람이 명산에 도를 알면/ 불이 나지 않고/ 불이 산의 깊이를 알면/ 산을 태우지 못한다”니 이 경구(警句)에 무릎을 칠 일이 아니겠는가. 문학의 숲에서 명산의 도를 깨친 시인의 ‘놓임새’‘앉음새’‘품새’가 나그네들의 걸음을 지켜보고 있다.
------ 김병중 시인, 문학평론가, 스토리텔러. 경북 문경 출생. 중앙대예술학석사, 영랑문학상, 경기도문학상 수상 시집 『자유로의 귀환』외 14권, 산문집 『누드공항』 외 2권 평론집 『짧은 시 그리고 긴 여백』, 장편역사소설 『짐새의 깃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