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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29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2년 11월 02일
권득용 시인,문경문학관 관장


사불암         
                  김선옥
 

공덕산에 가면
대승사와 묘봉을 열두 폭 병풍 삼아 안긴
기암 가운데
돌이 몸이고 몸이 돌인 사면의 부처가
바람에 긁힌 흔적을
그림자로 안고 서있다
 
머릿속에도 마음속에도
차가운 돌에도 인자한 미소는 있어,
온통 세상이 따뜻하다
 
솔잎에, 바람과 햇살을 꿰어놓은
오솔길을 따라온 이곳
사방불 앞에는
어둠과 해와 달과 비바람
천둥 번개 밖의 세상으로
합장하는 사람
소원을 비는 사람 등 뒤로
고음의 새소리가 다녀간다
 
돌에게도 손 모으고 소원을 빌면
사람의 세상 한가운데로
귀 열고 눈 열고 마음 열어지는가,
 
다람쥐 한 마리
산속의 비밀이라도 숨기려는 듯
쪼르르 굴속으로 들어간다
 
큰 바위 속이 한순간 환하다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없으며 말은 소리로 존재하나 소리는 천하고 귀하며 잘나고 못나고가 없다. 진언수행(眞言修行)의 성불을 추구하는 공덕산(功德山, 913m)은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와 동로면 노은리를 경계로 사불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천강석조사불상(天降石造四佛像)에서 유래한다. ‘신라 진평왕9년(587) 하늘에서 사면에 부처가 새겨진 한길이나 되는 바위가 붉은 비단에 싸여 내려왔다는 소식을 들은 왕이 친히 이곳을 찾아 경배하고 망명비구(亡名比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비구승)에게 절을 짓도록 하였다.’라고 일연은 삼국유사에 적고 있다. 나옹화상, 퇴경권상로, 안진호, 법전, 성철, 청담, 서암, 월산스님 등 근현대 대덕고승들이 주석하여 수행도량의 기풍이 살아 숨쉬는 이곳이 1500여 년 된 고찰 대승사이다. ‘사불암’은 윤필암 우측능선 832m 지점에 있는데 인간세상의 깨달음을 보는 듯 조망이 절정이다.

시인은 “돌이 몸이고 몸이 돌인” 사불암을 두고 ‘하늘은 만월을 단장시켜 사방불을 깎아’ 냈다는 일연스님의 찬(攢)함에 “머리속에도 마음속에도 차거운 돌에도” 그래도 이만큼 세상이 따뜻한 것은 부처의 미소 때문이라고 자신을 할(喝)하고 있다. 사방불을 두고 합장하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냐며 “어둠과 해와 달과 비바람 천둥번개”도 관음의 세상을 꿈꾸면 새소리마저 부처의 연민(Compassion)이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체의 모양과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시인은“돌에게도 손모으고 소원을 빌면 사람의 세상 한가운데도 귀 열고 눈 열고 마음 열어지는가”라며 시심마(是甚麽)의 대활구(大活句)인 삼라만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다람쥐 한 마리”에서 진여불성(眞如佛性)을 만난다. 조그만 굴속이던 “큰바위 속이 한순간 환해”지면서 큰바위는 산속 비밀의 내밀한 집이 되고 세상 사람들이 갈망하는 큰바위 얼굴로 부처를 닮아가는 겸손을 배우게 한다. 하여 사불암은 오랜 세월 바라보는 무량의 시간들이 바람에 긁힌 흔적을 그림자로 안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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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시인, 경북 상주 출생.
2019년 계간 《애지》 신인상 시 당선 등단
점촌도립도서관 글사랑문학회 회장 역임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회원, 부회장 역임
2021년 문경문인협회 제정 제43회 「백화문학상」 수상
시집 『바람인형』(2022)
김재용 기자 / jaeyong999@daum.net입력 : 2022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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