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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23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9월 14일
내 고향은

                                                 조영애

생의 막장을 딛고선
주흘산은 호흡이 깊게 패였다

물소리 ․ 바람소리 ․ 새소리가 흙발로 걸어가는 문경새재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짧은 시는 하나로써 모든 이치를 꿰뚫는다는 일이관지야(一以貫之也)이거나 혹은 촌철살인(寸鐵殺人)과 일맥상통한다. 시인은 주흘산(主屹山)의 과거와 현재를 함축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언어의 정원 속에서 피어나는 아포리즘이 짧은 시의 본령에 충실하여 시 감상에 말을 얹는 것이 오히려 군더더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의 아포리즘은 작가가 만드는 고유의 창작이다.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이다. ‘우두머리 의연한 산’은 곧 아버지가 되는 산이다. 서울의 진산 자리를 놓고 삼각산과 다투다가 휘적휘적 내려왔다는 전설의 주흘산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으로 피난 와 머문 산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은 또 어떠했던가. 조선팔도 고갯길의 대명사로 문명과 선비의 길이었다가 전쟁의 길이 되기도 하였던 부침(浮沈)이 어찌 역사의 영욕 때문 만일까.

“생의 막장을 딛고 선” 주흘산의 한평생이 들숨날숨으로 “호흡이 깊게 패”였다. 지질연대기를 읽어내는 시인은 아버지를 닮은 주흘산의 헌사(獻詞)를 적는다.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주흘산이 풀어놓은 소리들이 시가 되고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소리의 빛깔이 찬란하다. “물소리”는 그저 흐르는 물소리가 아니라 살아있는 것들의 합성어로 명징한 생명의 소리이다. “바람소리” 또한 구름이 달빛을 스치며 붉은 단풍잎을 만나 속살거리다 허상의 프리즘으로 흔들리는 허공의 삶이 아름다워 눈물의 향기마저 지워버리는 바람의 끝을 우리는 만나고 있다. “새소리가 흙발로 걸어가는 문경새재”는 모든 생명의 소리길이다. 소리(蘇利)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로운 것을 깨닫는 일이다. 소리들이 흙발로 걸어가는 문경새재의 풍경을 시인은 의성어로 시작하여 끝내 의인화 시키는 상상력이 놀랍다. 문득 ‘욕심이 생겨 물병 속에 물과 달을 길었지만 물병이 기울면 달도 또한 공(空)이 된다’는 이규보의 영정중월(詠井中月, 우물 속의 달)이 떠오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짧은 시로써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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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애 시인 경북 청송 출생
점촌도서관 글사랑문학회 회장 역임, (사)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 부회장 역임
2004년 목회자 사모 수기공모 입상 외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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