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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21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8월 22일

                하늘재 밑에서

                                                   이민숙

얼마를 더 닦아야 그곳에 다다르랴
관음사 풍경소리 영혼을 깨웠거니
내려서 뒤돌아보면 또 멀고 먼 저 피안(彼岸)

백팔번 절을 해도 번뇌는 살아나고
애욕은 내려쳐도 진하게 날름이니
참꽃핀 베바위 자락 봄을 짓는 저 산새

스님만 뵈올 때면 사라지던 걱정들
하늘재 넘어가신 당신은 어이하여
미륵불 되시어설랑 오실건가 말건가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오도(悟道)는 깨달음을 초월한 일색(一色)의 세계일까.
시인은 하늘재 밑 관음사지에서 생노병사의 고통, 탐욕, 사랑, 어리석음의 미망(迷妄)인 생사의 차안(此岸)을 바라보다 진리를 깨닫는 해탈과 열반의 피안을 단정하게 적고 있다. “얼마를 더 닦아야 그곳에 다다르”냐며 미혹(迷惑)과 집착의 크기를 화두로 던지지만 ‘얼마’란 잘 모르는 분량의 정도가 아니라 정해두지 않은 시간의 수행을 넘어 아미타불에 귀의하는 종교적 승화의 구심력이 아니겠는가. 이미 오래전에 사라진 “관음사 풍경소리 영혼을 깨”우지만 그 자리에는 손과 코, 얼굴마저 풍상에 희미해진 석조약사여래입상이 나라의 안녕과 아픈 중생들을 치료해왔듯이 아직도 허허로이 무상한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바라밀(波羅蜜)은 불교수행법으로 산스크리트어 파라마(Parama, 최고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 <반야경>에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육바라밀이 있다고 한다. 부처께서는 인생의 괴로움을 8만4천 번뇌망상이라고 하였는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찌 백팔번뇌만 있을까. 시인은 “백팔번 절을 해도 번뇌는 살아”난다며 죽을만큼 사랑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눈이 간다는 백팔번뇌의 추론으로 “애욕은 내려쳐도 진하게 날름”인다고 한다. 그러나 반야(般若)의 온갖 집착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깨치는 지혜가 “참꽃핀 베바위 자락 봄을 짓는 저 산새”가 된다. 베바위는 포암산(962m)을 일컫는다. 하늘 향해 우뚝 솟은 산이 마치 탐(貪)진(瞋)치(痴)를 펼쳐 놓은 것 같지만 천년 전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는 관음의 대자대비로 “하늘재 넘어가”미륵의 용화 세상을 꿈꾸었지만 “오실건가 말건가” 소식이 없다. 하늘재가 아름다운 현세의 두타행(頭陀行)이라면 내세의 구도행을 야속히 기다리는 시인의 수려한 시어들이 관음사 풍경소리로 세상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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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숙 시조시인 경북 문경 출생.
2007년 백산전국여성백일장 최우수상,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13년 문경새재 여름시인학교 시조 장원 외
한국문협문경지부 시조분과위원장, 문경매일신문 발행인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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