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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조선시대 풍속화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8월 11일
문경은 “길의 고장”이다. 문경의 정체성을 한 말로 표현한다면 필자는 “길의 고장”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문경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길을 테마로 한 “옛길박물관”이 있다. 그 안에는 길과 관련된 유무형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풍속화 여행을 떠나 보고자 한다.

위의 그림은 조선 후기 풍속화로 유명한 신윤복(申潤福-1758년, 영조 34∼?)의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이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특히 깊은 밤 이슥한 고샅길을 정감있게 표현한 것으로 시대를 초월 많은 사람에게 재미와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풍속화란? 인간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으로 그 시대 사회상과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역사, 문화, 철학과 해학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 3대 풍속 화가는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으로 주로 민중들의 삶을 그렸고 서민들이 그림의 주인공이었다.

우리나라는 선사시대부터 이미 벽화를 통해 풍속화를 그렸으며 삼국시대 무용총 등 여러 고분 벽화가 그것이다. 조선 시대의 풍속화는 속화(俗畵)라고도 불렸다. 조선 전기, 중기에 사대부의 생활상인 수렵도, 계회도(契會圖), 시회도(詩會圖), 평생도 등을 그린 사인풍속도(士人風俗圖)가 있었지만, 서민의 생업, 놀이, 휴식 등 다양한 일상생활을 그린 서민풍속도(庶民風俗圖)는 실학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조선 후기에 성했다. 특히 정조(正祖) 때 화원들에 의한 풍속화 제작이 활발했고 풍속화의 꽃을 피운 김홍도, 신윤복 등이 활약했다.

그럼 신윤복은 어떤 인물인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고, 도화서(圖畵署) 화원이었는지도 기록이 없어 알 수 없고, 종3품의 첨절제사(지방 군직)를 지냈다고도 하고, 김홍도와는 사제관계 여부도 (13살 차이)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모른다. 그는 미스터리,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오죽하면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에서는 여자로 묘사되기까지 하겠는가?

신윤복의 작품은 주로 한량과 기녀, 남녀 간 낭만이나 애정을 주로 그렸다. 지금 우리로서는 다행하게도? 신윤복이 화원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제도권 밖에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금기를 넘어 자유롭게 파격적이고 에로틱한 풍속화를 많이 그렸고 그걸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복잡한 현대 생활 속에서 풍자, 해학이 있는 풍속화를 보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미소를 짓게 되고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를 감상해 볼까요. 초승달인지 요상한 반달이 떠 있고 밤은 깊었는데 젊은 남녀가 은밀히 만나 뭔가를 다정히 속삭이고 있다. 어떤 분은 이 그림을 보고 그림 속 사내는 지금 속된 말로 작업 중에 있다. 경상도 남자라면 “됐나?” “내 얼라를 나 도” 했을 것이다. 그러자 여자는 속으로 “야호!”하며 쾌재를 부를 심정이지만 바로 얼씨구나 좋다고 하긴 여자로서 좀 그렇고 해서 쪼금 빼면서 콧소리로 “어데예” “언제예”하는 듯한 분위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건 그림을 보는 이의 상상이고 이 여인의 마음 상태가 어떤지는 신윤복이 이미 그림에 답을 남겼다. 그림 속 신발이다. 자세히 보면 얼굴과 몸은 다소곳이 반대쪽으로 틀었으나 신발의 코가 이미 남자를 따라가고 있다.

이 둘은 남녀상열지사를 위해 아늑한 자리가 필요할 텐데 왜 물레방앗간이나 으슥한 곳을 찾지 않고 야밤중이라 하나 남의 눈에 띌 수도 있는 곳인 마을 안 담벼락 옆으로 왔을까.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쓰개치마 속 여인의 얼굴이 볼그스름히 홍조를 띠었고 입술이 봉선화처럼 붉은 걸 보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 작가 신윤복이 지금 여자의 가슴이 터질 듯 두근두근 뛰며 설레어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고 입술을 붉게 칠한 것은 방금 입맞춤, 설왕설래(舌往舌來)가 있었다는 증표를 남긴 것이다.
* 舌往舌來 : “입맞춤(키스)하다”를 직접 표현하지 못한 은어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용어

다시, 그림 속 담벼락을 보면 “月沈沈 夜三更(월침침 야삼경)-달빛 가뭇가뭇 어두운 삼경, 兩人心事 兩人知(양인심사 양인지)-두 사람의 마음은 그들 두 사람만 알리라.”라고 쓰여있다. 조선 시대에는 인정과 파루라는 통행금지 제도가 있었고 보통 인정은 초경 3점(밤 10시경)에 종을 28번을 치고, 파루는 5경 3점(새벽 4시경)에 북을 33번 쳤다. 그렇다면 이 두 연인은 야삼경(밤 12시경)에 만났으니 당연히 통금 위반한 것이다. 그때 통행금지 위반자는 경수소(警守所)에 구금하고 위반한 시간에 따라 곤장형(棍杖刑)을 집행하였는데, 시간별로 차이가 있어, 초경 위반자 곤장 10도, 2경 위반자 20도, 3경 위반자 30도, 4경 위반자 20도, 5경 위반자는 10도를 부과하였다. 사랑에는 통금도 국경도 없다.

우리가 그림을 감상할 때는 그림 속의 주인공과 대화하고 내가 그 그림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해야 제대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는 환경과 분위기도 중요하다. 문경에는 풍속화를 볼 수 있는 옛길박물관도 있고 풍경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전설, 설화, 민요, 문화와 역사 등 숱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오래된 옛길, 토끼비리 등이 3곳이나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문경으로 오셔서 풍속화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시기를 바란다.




                                       월하정인(月下情人) / 이만유

어두운 밤
눈썹달 아래
두 남녀 은밀히 만나
소곤소곤

방금
설왕설래(舌往舌來)라도 한 듯
홍조 띤 얼굴
분홍빛 입술이 뜨겁다

이 밤
두 마음 하나 된
발그레한 설렘을
어찌 차마 잊으리

그믐달
쪽배로 보낸 그대
보름달 환한 웃음으로
다시 오기 기다리리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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