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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고녕가야 - 27 근품산성

지정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7월 19일
문경시 산양면 현리에서 부암리까지 이어져 있는 산이 근품산이다. 근품산에는 연원을 알 수 없는 옛 토성인 근품산성이 있고 한 귀퉁이에 고즈녁한 산신각이 오랜세월 나무꾼들을 지키면서 전해온다. 근품산을 따라 위만리로 이어지는 산은 비조산, 오봉산과 공민왕의 이야기가 전해오는 왕의산이 연결된다.


근품산은 후백제왕 견훤이 웅거했다가 고려의 왕건에게 빼앗겼으며 왕의산은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온 산이다. 어쨌든 이 낮으막한 산들은 역대 왕들과 인연이 있는 왕들의 산임에 부정할 수 없다. 산 아래로 보이는 용주벌에서는 소정방과 김유신이 한판 승부를 짓던 곳으로 삼국통일의 기초가 된 곳이다. 근품산, 용주벌 일대는 삼국통일과 후삼국통일의 전초기지이면서 완성지로써 호국의 성지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용주벌 앞으로는 낙동강이 이어지고 운달산 뒤쪽으로는 한강이 이어져 있는 이곳 근품산 일대는 한반도 수운의 연결점이기도 하다.

근품산성으로 가는 길은 세 군데이며 흔히 현리에서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그 길은 지루하고 힘이든다. 그 다음 부암리에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은 산북면 약석리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고개에서 왼쪽으로 가면 근품산성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가면 비조산이다. 나머지 한 곳은 산북면 약석리에서 오는 길인데 그 길은 고갯마루까지 포장도로가 되어있지만 북쪽 음지에서 출발하므로 산행이라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부암리에서 올라가는 길이 제일 간편하면서도 전체를 조망하고 지세를 살피기도 좋다. 농로 옆이나 겨울에는 논바닥에 주차하고 산마루까지는 도보로 20분정도 걸린다.

고개마루에서 5분만 걸어가면 근품산성이 나오며 산마루를 넓게 확장해서 조성한 산성 한바퀴를 걷는데는 30여분 정도 소요된다. 앞뒤 전망이 확 터졌으며 조망권도 멀고 넓다. 남쪽으로는 낙동강이 보이고 멀리 비봉산을 비롯해 천마산, 도청 뒷산인 검무산, 삼강언저리 등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금천을 비롯해서 운달산, 천주봉, 사불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다. 성은 토성으로 그 흔적이 역력하며 치성(성벽에 불거져 나와 적정을 살필수 있는 망루)도 두어군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산성에서 금천방향으로 10여분 걸어가면 오래된 산신각이 돌담에 둘러쳐져 있다.

소나무 고목들이 잡목에 가려서 고생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았음을 나타내준다. 근품산에서 현리를 지나 금천을 건너면 서중리가 나오고 그 뒤로는 봉천사가 앉아있는 월방산과 이어진다. 근품산 아래 펼쳐지는 동네는 모두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풍수가 형성된 고장으로 모두 명당이다. 그래서인지 현리에는 채문식 국회의장이 태어났고 부암리에는 천기호 경찰청장이 나왔고 녹문리에는 고병익 서울대총장이 나왔다. 그 외 예전부터 근래까지 수많은 인재들이 근품산 아래서 출생했으니 역사적 배경이나 지리적 환경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근품산성은 산 능선 길이 700여m, 폭이 넓은 곳은 40여m 좁은데는 20여m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인공적으로 조성한 흔적이 역력하다.

재작년 여름에 왔을 때는 덥기도 하고 풀이 우거져 전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초봄에 갔을 때는 주위전망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치성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근품산성에 대해서 삼국시대 이전기록은 모르겠지만 삼국사기와 고려사 기록에는 여러 군데 나온다. 특히 견훤과 왕건과의 전투기록이 서너 번 기록되어 있다. 태조왕 10년(후백제36)2월에 왕건이 용궁에서 견훤을 물리치고 그해 9월에 근품성을 빼앗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듬해 견훤이 근품성에 불을 지르고 신라 땅인 고을부(영천)로 진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근품산성은 삼국시대의 석성이 아니라 훨씬 오래전의 토성으로 가야 특히 고녕가야가 성할 때의 소국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 오래된 성이라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평평한 산능성으로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성벽 너머로는 천길만길 낭떠러지가 나타나고 먼 옛날 적정을 살피던 치성의 허물어진 모습은 나그네의 심성을 잡아당긴다.

근품산성처럼 흙으로 만들어지고 강을 끼고 있으며 평야가 펼쳐지는 곳에 이루어진 성이 주위에 몇 있다. 바로 앞 10여리 밖에 보이는 용궁의 원산성, 거기서 10여리 물길을 따라가면 함창 오봉산의 남산고성이 나타난다. 거기서 시오리 정도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면 상주 병풍산의 병성산성이 있다. 한결같이 자연환경이 비슷한 곳에 산 정상을 감으면서 강과 평야를 내려다보는 곳에 지었다. 상주 문경에는 여러 곳에 산성이 있지만 특히 낙동강과 금천 등 하천을 끼고 이루어진 성들이 대체로 오래 되었으며 많이 훼손되었다.

모두 경관이 수려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위로 등산로를 개방하면 멋진 산책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다. 근품산성을 내려와 다음 봉우리인 비조산에 오르면 봉수대가 나타난다. 함창오봉산, 용궁비룡산, 산양비조산을 지나 봉수는 한양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봉수는 산성과는 무관하며 훨씬 후대에 만들어진 국방시설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비조산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내려오면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타난다. 이 길은 완만한 산길로 산책하기에 힘도 들지않고 심심하지않을 만큼 조망권이 좋다. 혼자 걸어도 좋고 둘이 걸어도 좋고 종일 걸어도 싫증이 나지않을 명품 산길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금천을 따라 올라오다가 펼쳐지는 산과 들이 있는 근품산성을 문경의 새 명물로 자리매김할 인연이 도래했다. 직관력과 뚝심의 시장으로 정평이 나있는 새로운 단체장이 취임했으므로 많은 기대를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도로개설하고 빌딩세우는 것은 이제 대세가 아니라 주의를 요하는 사업이다. 문화를 대표하는 역사와 환경을 상징하는 산을 살려서 새로운 도시모델을 창조하는 것이 21세기형 지도자의 역할이 아닐까하며 건투를 빈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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