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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17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7월 14일

                       문경새재, 높푸른 꿈의 고개

                                                                      유안진



하늘과 땅 사이의 드높은 사이고개
새들도 쉬어넘는 문경땅 새재는
백면서생이 넘어가고
초립동이 넘어가고
그이들의 피땀 절은 십년공부가 넘어가서

알성급제가 넘어왔고
장원급제가 넘어왔지만
더 많이 넘어온 한숨 눈물 구비구비
새소리만이 아니다
바람소리만은 더 아니다
넘어야 하는 꿈의 고개가 하도나 높고 험해
꿈도 높푸르러 고갯길이 되었으리니
바라고 소망하는 그 이름이 되었으리니
문경, 귀하고 아름다운 경사스런 이름대로
발뒤꿈치 발걸음마다 기쁜 소식이 뒤따라와
흰구름속 고갯마루 문경새재에는
내 모국어의 목소리가 울려퍼져 낭랑 랑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이중환(1650~1752)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조선선비의 절반은 영남에서 배출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영남(嶺南)이란 문경새재 조령을 기준으로 고개 이남지역을 일컫는다. 한편 과거길에 나서는 선비들과 조정의 관료, 길손들이 수도 없이 넘었던 새재는 길 위의 역사 고갯길의 문화를 꽃피운 백두대간 인문학의 보고이다. 한편 새재와 함께 영남대로의 주요 교통로였던 추풍령과 죽령을 두고서 선비들이 과거길에 추풍령을 넘어가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쭉쭉 미끄러진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하여 선비들은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새재를 선호하였으나 사실은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그러한 문경새재를 두고 시인은 글만 읽어 세상물정에 어두운 백면서생이나 관례를 마친 초립동이 소년들이 과거 보러 가는 길에 “피땀 절은 십년공부”도 함께 새재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알성급제나 장원급제하는 선비들이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대부분의 선비들을 과거에 낙방하여 다시 넘어오는 문경새재를 두고 시인은 “더 많이 넘어온 한숨 눈물”들이 구비구비 새소리 바람소리보다 많다며 세상을 위로하고 있다. “꿈의 고개가 하도나 높고 험”해 과거에 장원급제하는 어려움을 문경새재와 동격화 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푸른 문경새재는 분명 조선시대의 출세길이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문경새재는 과거(科擧) 길이 아니라 과거(過去)의 아카이브로 가득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100선’1위이며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 모국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 낭랑 랑”하다는 시인은 조근조근 “경사스런 이름대로 발뒤꿈치 발걸음마다 기쁜 소식이 뒤따라”오는 문경새재, 높푸른 꿈의 고개를 예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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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 (1941~ ) 경북 안동 출생.
1965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달하󰡕 󰡔지란지교를 꿈꾸며󰡕 외 다수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월탄문학상, 목월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윤동주 문학상 외 다수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7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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