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15 오후 01:39:1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기타

<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13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6월 08일

                               새재


                                                       이경림


칠흑의 새재를 넘어 보고야 알았다

한 재가 얼마나 많은 골짜기를 품고 있는지
골짜기들은 또 얼마나 깊은 어둠을 품고 있는지
새들도 넘지 못한다는 재를 칭칭 감으며 낡은 승용차가 위태롭게 내려갈 때
골골의 어둠이 노랗게 언달을 밀어올리고
한치 앞의 벼랑이 시간을 자꾸 헛바퀴 돌릴 때
우리는 생사의 경계 위의 선 아버지를 보았다
온 산의 슬픔이 달빛처럼 번지고 있었다

누구였는지 문득, 넋 없는 사람처럼
재 아래 어른거리는 어린날을 끄집어냈다
바람나 재 넘어간 옥자얘기, 구랑리에서 떼죽음 당한 어느 일가(一家)의 얘기,
육이오때, 목숨 걸고 재를 넘겨준 가복(家僕)의 얘기며
난리통에 관문속 어느 골짜기에 묻히신 증조부 얘기를 두서없이 중얼댔지만
두려움보다 재는 높고 슬픔보다 길이 더 휘어
끝내 우리는 말을 잃었다

그러나 누군들 몰랐으리
그 모두 한 재가 토해낸 한숨이라는 걸
그 숨으로 깊어진 골짜기라는 걸
그것이 밀어올린 봉우리라는 걸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태종 13년(1413)에 개척된 문경새재는 『세종실록지리지』에 초점(草岾) 『동국여지승람』에는 조령(鳥嶺)으로 기록되어 있다. 새재라는 이름의 유래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억새풀 우거진 고개’하늘재와 이우리재 사이의 고갯길을 의미하는 ‘새(사이)재’‘하늘재를 버리고 새로 만든 고개’ 등으로 전해 내려오지만 지리학자들 사이에는 ‘새로 낸 고갯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1925년 이화령에 국도가 건설되면서 새재는 서울과 영남을 잇는 역할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새재는 우리 한국인 모두의 고개이며 백두대간 인문학의 아카이브이다.

시인은 칠흑의 어둠 속에서 많은 골짜기와 깊은 어둠을 굳이 계측이나 계량의 정량적 용언(用言) 이 아니라 사유와 사물을 어림잡아 ‘품’어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화령 국도를 ‘낡은 승용차가 위태롭게 내려갈 때’이화령도 새재의 한 골짜기가 밀어올린 또 다른 새재로 직립시키고 있다. 그러다 ‘골골의 어둠이 노랗게 언달을 밀어올리’는 겨울밤 생사의 경계에 선 아버지와 시인은 고향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무지공처(無地空處)인 삶의 서사를 적고 있다.

그 벼랑의 시간에도 문득 어린 날의 수군거림이 어룽지는 것은 왜일까. 바람난 옥자와 구랑리 일가의 떼죽음, 난리통에 어디에 묻혔는지 알 수 없는 증조부가 정지된 과거로 늙어가는 이유는 ‘두려움보다 재는 높고 슬픔보다 길이 더 휘어’진 까닭이리라. 결국 ‘한 재가 토해낸 한숨’으로 살아가는 서사적 관형의 주요양상들인 우리 삶의 아픔과 슬픔이 ‘밀어올린 봉우리’가 된다. 하여 새재는 문경을 대표하는 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고 있다.


------
이경림 시인 (1947~ ) 경북 문경 가은 출생.
1989년 <문학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토씨 찾기』 『시절 하나 온다, 잡아먹자』 외 4권
산문집 『언제부턴가 우는 것을 잊어 버렸다』, 비평집 『사유의 깊이, 관찰의 깊이』
영역시집 『A New Season Approaching, Devour it』
지리산문학상, 윤동주서시문학상, 애지문학상 수상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6월 08일
- Copyrights ⓒ문경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가장 많이 본 뉴스
정치·행정
민선 9기 문경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1일 현판식을 시작으로 첫 위원장 주재 .. 
문경시는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일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베.. 
민선 9기 문경시의 시정 목표와 정책 밑그림을 그릴‘민선9기 문경시장 직 인수위원.. 
민선 9기 문경시의 새로운 시정 목표와 정책 밑그림을 그릴 ‘민선9기 문경시장 직.. 
문경시는 지난 6월 8일 부시장이 지역 주요 현안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추진상황.. 
기획
초겨울로 접어든 쌀쌀해진 날씨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휴식하기 좋은 문경관광진흥공단(이사장 신필균)의 불정자연휴양림을.. 
김용사 탁무(鐸舞) 취호.. 
최신뉴스
에코월드로 떠난 여름밤 달빛사랑여행 큰 호응..  
점촌상여소리, 국립남도국악원 기획공연..  
문경시 드림스타트, 올바른 경제습관 형성을 위한 금융교육..  
Play Together! 함께 뛰고 함께 웃자!..  
민선 9기 문경시장직 인수위, ‘소통·실속’ 행보로 본격 닻 올렸다..  
문경시립중앙도서관, 17일부터‘북스타트 책꾸러미’배부..  
한여름밤의 명품 국악콘서트..  
점촌3동 골목환경 개선 및 화분 관리 교육 진행..  
‘바리스타 기초 및 핸드드립 교육’성료..  
2026 문경·상주 단체 클럽대항 게이트볼대회 개최..  
바르게살기운동,‘건강백세 함께하는 사랑방’3회차 운영..  
문경시 역사상 첫 ‘공식 시장직 인수위’ 본격 출범… 민선 9기 밑그림 그린다..  
문경소방서 대형트럭 추돌 사고 50대 운전자 안전구조..  
영순면 새마을회, 헌옷 수거 활동 실시..  
문경시보건소, 유아 진드기매개 감염병 예방교실 운영..  
문경시, 베트남 라이쩌우성 현지서‘외국인 계절근로자’선발..  
문경 꿈드림, 마음여는 필라테스로 건강성장 지원..  
민선9기 문경시장 직 인수위원회 공식 출범..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이웃사랑… 문경시, 민관합동 주거환경 개선..  
2026 전국 4인제 배구대회 개최..  
문경시, `2025년 기준 경제총조사` 실시..  
점촌5동 새마을회, 관내 주요 간선도로 중앙분리대 제초 작업 실시..  
점촌2동 새마을회, 아름다운도시가꾸기 사업 실시!..  
바르게살기운동 동로면위원회, 주요 도로변 환경정비 실시..  
민선9기 문경시장직 인수위원회, 3개 분과 구성 완료..  
피노키오 동화 세상으로 쏘옥!..  
어린이 디자이너들이 꿈을 펼치다..  
문경교육지원청, ‘2026 학생상담자원봉사자회 집단상담 현장 보고회’ 개최..  
당포초등학교-문경소방서 ‘16명 아이들의 결실 119소방동요대회 은상’수상..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5,303
오늘 방문자 수 : 5,511
총 방문자 수 : 10,835,879
제호 : 문경타임즈 / 주소: (우)36981, 경상북도 문경시 우지공평로 21 / 발행인·편집인 : 김재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재용
mail: press@mgtimes.co.kr / Tel: 054-554-8277 / Fax : 054) 553-8277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475 / 등록일 : 2018년 7월 12일
Copyright ⓒ 문경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후원 : 농협 301-0236-3322-81 / 예금주 : (주) 청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