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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녕가야 26 - 병풍산에서 21세기의 야만을 보았다.
지정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2년 04월 29일
상주 병풍산에는 지표조사 결과 980여개의 고분이 산재해있으며 그 가운데 백여 기가 봉분을 유지하고 있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도살된 짐승이 내장을 드러낸 채 박제된 것처럼 모두 옆구리에 시커먼 구멍이 뚫려있다. 어떤 것은 한쪽만 뚫려있고 어떤 것은 양쪽에서 구멍이 나있다. 어떤 것은 봉분 위에서부터 파내려가 내부가 송두리째 드러나 있으며 어떤 무덤에는 필자가 직접 들어가서 내부구조를 살펴보기도 했다.
2천년 세월간 지켜온 처녀성을 상실한 채 무덤들은 시체가 되어 다시 온 산에 드러누워 있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21세기를 살면서 병풍산에서 나는 우리시대 최고의 야만을 목도하였다. 특이하게도 비가오고 눈발이 들이쳤을 법한데도 무덤 내부는 뽀송뽀송하다. 지난날 함창신흥리 오봉산을 수십 번 다니면서 파헤쳐진 고분을 쓰다듬으며 광란의 인심에 분노했었다. 조상들에 대한 죄송함과 함께 국가의 장래 대하여 말할 수 없는 염려가 생긴다.
상주문경의 고대역사인 고녕가야와 사벌국을 알리는 오봉산과 병풍산고분은 그자체가 타임캡슐이다. 2천년 역사의 비밀과 신비가 난봉꾼들의 마구잡이식 도굴로 인하여 고분이 간직한 고귀함과 소중함이 깡그리 팽개쳐졌다. 조상들의 유구를 유린하고도 자손들의 발복을 손 모아 빌었을 그들을 생각해본다.
조선 성리학의 후예들은 비록 타자의 조상일지라도 그 유택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저렇게 뭉개진 역사의 상처는 불과 1세기도 안 되는 일제강점기를 전후로 시작하여 산업화가 진행되던 70년대까지 행해졌다. 이천년을 가늠하는 세월 동안 상주함창의 뿌리였을 조상님의 유택을 지키고 가꿔야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뿌리없는 줄기가 어디있으며 근본없는 열매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 시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무엇을 실천하며 삶을 영위하는가? 단순히 생식과 출세를 위한 활동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를 이어주는 유택을 이렇게 파괴하고도 21세기 선진시민이라 하려나. 종교도 윤리도 철학도 그 근본은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요 그 삶의 뿌리를 지향하는 처음 행위가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이다.
필자가 상주의 고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30년 전 부터이다. 경상도 양대 도시인 경주에는 왕릉을 비롯한 수많은 유물유적이 있는데 반해 왜 상주에는 그런 것이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지난 90년대 말 4차선 포장도로를 개통하면서 산 일부를 절단하는 과정에 고분군 일부를 발굴했다고 한다.
2만여 점의 철기를 비롯한 토기, 청동기가 발견되었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박물관과 국립대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오봉산 고분군을 처음 보았을 때의 심적 충격도 만만찮았다. 표본조사결과 700여기의 고분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 도굴된 채로 방치되어있다.
병풍산은 오봉산에서 직선남쪽으로 13km떨어져 있으며 낙동강과 평야로 서로 이어져 있다. 능선 따라 최상부 봉우리에 있는 무덤은 가운데 석실 3개가 노출됐으며 주위로 10여 기의 적은 석실이 빙 둘러쳐져있다. 가운데 주인공 부부를 중심으로 순장을 하였는지 유구를 묻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도굴범들은 석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파헤쳤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부장된 흔적을 짐작할 수 있으며 고령대가야의 순장묘가 연상되었다.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멀리 상주시가지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천방향에서 흘러오는 남천과 보은쪽에서 흐르는 북천이 시내서 만나서 다시 공갈못 쪽에서 흘러오는 동천과 합류한다. 남북동천이 합수하여 흐르다가 다시 낙동강 본류와 만난다. 고녕가야를 비롯한 여타가야가 성립한 곳은 예외없이 낙동강을 축으로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평야가 펼쳐진 지역이다. 병풍산 뒤에는 토성인 병풍산성이 포곡성(包谷城)으로 방비역할을 하였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화려한 문화가 지금껏 흔적이 뚜렷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상주는 산과 들, 강 등 풍수가 경주와 비교해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고도로 부활하지 못하고 시골농촌으로 자리 매김하는가? 병풍산 1000기의 고분과 오봉산 700기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보관했다고 가정했을 때 상주의 위상은 어땠을까? 주민들의 다양한 증언을 종합하면 두 군데 고분군에서 나온 유물이 최소한 백만점은 족하다고 한다.
주위에 포진한 천년고찰들과 함께 세계적인 역사도시로서의 면모를 가졌을 것이다. 일본총독부는 조선을 점령한 후 조선사편수회를 앞세워 우리역사를 저들의 의지대로 재단하고 기획했다. 그중 고조선 역사와 가야역사를 축소하고 왜곡했다. 병풍산고분과 오봉산고분을 발굴하고 연구했다면 기존의 역사계와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의 고대사를 영원히 묻어버리기 위해서 고녕가야를 비롯한 가야사를 뭉개버린 것이다. 그들은 신라 등 삼국의 중후반 역사만 인정하고 삼국초기사와 가야사를 일본사에 편입시켜버렸다. 일본식민사학자들이 의도하고 조작한 한국역사학이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국내사학자들도 총독부역사판도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부터 상주 병풍산고분군과 함창오봉산고분군을 단장하고 보존하여야한다. 일본의 정한론을 뒷받침하는 일본총독부역사를 한시 급히 청산해야한다. 잃어버린 고녕가야와 사벌국에 대한 상주의 역사를 찾아야 겨레의 운명이 새로운 궤도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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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2년 0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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