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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7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4월 05일
모전천
                                     황인필(1951~ )


지금 거기에 벚꽃이 난리 났단다
진해 벚꽃은 쨉도 안된다고 전화가 왔다
하기사 고향 것은 무엇이든지 객지 것보다
따뜻하고 북스럽고 이쁘지 않은가
밤에 듣는 개소리 닭소리 비소리 또랑물소리
폴짝폴짝 돌다리 건널 때 한 줄로 쪼르르 따라오다가도
고무신 갖다 대면 키득키득 도망가는 피라미 방개 소금쟁이
갑을병반 탄가루 빨래 다 치대도 그냥 맑은 물
우리는 그 물에서 징거미처럼 팔딱거리며 영글었다
그 친구들 구름다리 건너며 옛날이야기 한참 하겠다
없는 나를 흉보며 그리워하며 그 시절 막 엎질러놓겠다
생각만 해도 여름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전천
지금 거기에 벚꽃이 난리 났단다


권득용 시인, 문경문학관 관장



올해도 벚꽃축제는 물건너 갔다. 그렇다고 해서 진남교반, 영신숲, 금천벚꽃길과 함께 ‘지금 거기에 벚꽃이 난리가 났’다는데 청맹과니가 되어 못 들은 척 묵언수행을 할 수 없는 노릇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진해 벚꽃을 최고로 치는데 세상에 ‘진해벚꽃은 쨉도 안 된다’라니 점잖게 말하면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겠지만 조금 오버하면 ‘넌 나한테 한 주먹 거리도 안 돼’라는 호기로움이 철철 넘치는 황인필의 시는 거침이 없다.

그뿐인가. ‘밤에 듣는 개소리 닭소리 비소리 또랑물소리 폴짝폴짝’점촌 시내를 관통하며 흐르는 모전천의 의성어는 유사한 문장구조의 운율이 살아있어 내재율에 충실하다. 그러다가도 ‘우리는 그 물에서 징거미처럼 팔딱거리며 영글었다’이보다 더 절묘한 은유의 메타포가 있을까. 뿐만 아니라 ‘없는 나를 흉보며 그리워하며 그 시절 막 엎질러놓겠다’라며 옛 추억을 흑백의 실루엣으로 그려내고 있다.

황인필은 시낭송가이다. 원래 시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으며 등단한 시인도 아니다. 작년이었던가. 담담하게 젊은 날의 청춘을 운명이 아닌 숙명으로 불운하게 살아왔다며 한(恨)을 풀어놓을 때 나는 몇 번이고 가슴이 먹먹해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언어의 가락이 역동적이고 시의 포인트를 옮기기만 한 것뿐인데도 갓 잡아 올린 시어(詩語)가 찬란히 빛나고 있다.


황인필(1951~ )시낭송가, 자유기고가.
문경 산북 출생, 빛고을시낭송대회, 설봉시낭송대회 은상, 재능시낭송대회 동상 외 다수
문경문인협회 회원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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