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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권득용 시인의 「문경을 쓰고 문경을 읽다」 2

시인 권득용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2월 16일

                                                문경새재

                                                                                       고성환(1961~ )


문경새재는 사랑이었어

그녀의 속삭임이 숲에 매달려 있고 수백 년을 굵어 온 박달나무에 내 힘은 숨어 있었어 끝도 모르는 구름이 밀려오고 후두둑 후두둑 비가 들 때 우린 빨간 기와집으로 들었어 방마다 켜 있던 호기심이 꺼지고 수선스럽던 주인집 아지매가 괜히 바람을 재웠어 사랑은 그렇게 타올랐지 혜국사 풍경소리가 흐르다가 여궁폭포 물이 되었고 천길을 떨어지며 무지개를 뿜었어

문경새재는 사랑을 맺을 줄 알았던 거야

사랑이 찾아올 때 발소리를 죽일 줄 알았고 사랑이 떠날 때 울 줄도 알았지

시인 권득용


문경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1위의 명승지다.
외경(畏敬)스럽게도 시인은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 문경새재에서 사랑의 동화를 써 내려 간다.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1108.4m)은 백두대간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다.

눈부신 햇살과 바람의 소리가 의태어를 적으면 나뭇가지 끝마다 새 움이 터 ‘그녀의 속삭임이 숲에 매달려’ 봄이 된다. 여름이면 ‘끝없이 구름이 밀려오고 후두둑 후두둑 비가 들 때’ 이미 우린 빨간 기와집(가을 단풍 속)으로 들어가 ‘사랑은 그렇게 타올랐지’라며 황홀해한다. 아니 처음부터 시인은 ‘문경새재는 사랑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사계절 의성어가 되는 순정한 사랑을 그대들은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그냥 흔한 사랑이 아니다. 단군(檀君)의 단(檀)은 박달나무로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생명의 나무 신단수(神壇樹)이다. 그리하여 백두대간 서기의 땅 문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시인은 이곳에 오는 자 머무르는 자에게 사랑의 역설을 들려준다.

혜국사 대웅전 부처에게 색불이공 공불이색(色不異空 空不異色) 합장하였으나 푸른 달빛을 타고 내려와 목욕재계하는 칠선녀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여궁(女躬) 한 폭을 그려놓고 무지개를 사랑의 생불(生佛)이라고 찬하한다. 나도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베기는 문경새재를 만나러 서둘러야겠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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