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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고녕가야 23 - 용궁 원산성
지정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2년 02월 04일
함창을 통과하는 이안천이 영순에서 영강을 만나서 다시 2~3km 흐르다가 퇴강에서 낙동강 본류와 만난다. 퇴강의 낙동강 대교는 상풍대교라 부르며 상주와 예천 풍양을 잇는다. 상풍교에서 낙동강 물길을 따라 6km정도 올라오면 삼강주막이 있는 삼강나루가 나타난다. 삼강이란 낙동강과 내성천 그리고 문경시 동로에서 발원하는 금천이 만나는 지점을 일컫는다. 삼강에는 삼강대교가 건설되어 풍양과 문경시를 이어준다. 삼강에서 내성천으로 올라오면서 오른쪽으로 자리한 산이 비룡산이며 산정과 강상을 아우르는 토성이 고대로부터 전해오는데 원산성이라 부른다. 원산성아래 성저동네에 고분이 여러개 있으며 거의 도굴되었지만 멀리서 봐도 낙엽이 떨어진 산허리에 거대한 무덤이 희미하게 보인다. 원산성에서 비룡산 등성이를 따라 3km쭘 걸어가면 회룡표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회룡대가 나온다. 회룡대 뒤편으로 100여m 지점에 천년고찰 장안사가 있으며 그 맞은편 동네 향석에는 용궁향교가 전해온다.
함창과 용궁까지 직선거리는 12km쯤되고 함창의 나루인 퇴강에서 삼강나루까지 뱃길은 불과 5~6km로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접해있다. 즉 옛날 함창고녕가야와 용궁소재지는 비슷한 문화와 역사를 간직하지 않았나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먼저 두 지역 모두 세 강이 모이는 곳에서 도시가 발달했다. 그리고 산성과 고분군을 간직하고 있는 공통분모도 있다. 함창에는 남산고성이 있고 삼강 용궁에는 원산성이 있다. 산성의 형태는 둘다 산 정상을 아우르고 아래로는 낙동강을 조망하거나 물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고분에 있어서는 함창의 고분군이 훨씬 크지만 원산성 아래 성저리의 고분군 역시 규모면에서는 적지만 강을 내려다보며 산능선에 조성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필자는 20여년 전 원산성이 있는 비룡산 장안사 주지를 맡아 산 적이 있다. 설흔 일곱살의 젊은 학승으로서 열정과 호기심으로 비룡산 장안사 주위를 세심히 살피면서 남다른 보물들을 발견했다. 그중에서 오늘 소개하는 원산성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장안사에서 산능선을 따라 원산성까지 가는 소로 옆으로 파헤쳐진 작은 무덤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때 본 것은 봉분은 없고 직사각형의 돌 상자모양의 파여진 고분들이 즐비했었다. 그 당시 산성 주위는 정비가 덜 되어 간판과 설명서만 덩그렇게 있었으며 주위로 풀이 우거져 둘러보기가 어려웠다.
20년을 격해서 이번에는 새로 난 길을 따라 성저리 마을회관 뒤쪽 내성천 강변에서 올라가기로 했다. 그간 정비작업이 잘되어서 성 아래까지 진입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닦여있고 안내표지판도 군데군데 꽃혀있다. 며칠전에 주위를 답사하고 난 뒤 같이 기거하는 법조스님과 함께 지팡이를 짚고 원산성 답사에 나섰다.
성저 마을회관을 지나 마을 끝쪽에 있는 누에머리 봉을 지나 내성천을 오른쪽으로 하고 왼쪽으로 비룡산을 끼고 올랐다. 새 길을 따라 10여분 걸어가니 남문지가 나왔다. 남문지에는 큼지막한 돌무더기가 아담하게 쌓여있고 주위를 둘러보니 성벽의 흔적이 좌우로 길게 이어져 있다. 오른쪽은 내성천으로 향하고 왼쪽은 비룡산정상을 향하고 있다. 우선 오른쪽 강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계곡이 있는 부분에는 적당한 자리에 군막흔적이 있으며 강물과 지척에서 연결될 수 있는 입지조건이다. 성을 지키면서 외부세력은 차단하되 아군의 군량지원은 강을 이용하여 운반했을 만 한 장소에 비상문 같은 것의 흔적이 남아있다. 성의 윤곽만 겨우 확인하면서 강을끼고 가다가 산정을 향하여 오르막 길을 걸었다. 20여분 가니 남문지가 나오는데 거기에 서서 앞을 바라보니 내성천 강줄기와 금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위에는 소나무가 길게 뻗었고 아래로는 낭떠러지가 천길만길 내려다보인다.
동문지에 이르니 낙동강과 삼강합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옛날 같았으면 적군이 잠입할만한 곳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위치다. 군데 군데 소나무만 남겨두고 잡목을 제거하면 전망이 훨씬 시원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겨울인데도 오르막길을 걸어서인지 등에는 땀이 흘렀다. 오래 쉬다가 땀이 식으면 자칫 감기 들 것 같아서 잠깐 앉았다가 걸음을 재촉했다. 성 둘레는 2.5km이며 산능선에는 성벽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북문지에 이르니 서문지에서 본 것과 같은 고색 찬연한 돌무더기가 태고의 세월을 말하듯 길손을 맞아준다. 북문지에서 장안사로 가는 소로가 나 있으며 서문지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원산성은 낙동강 내성천 금천을 내려다보며 삼강의 묘한 지리적 상황을 모두 감시할 수 있는 요충지다. 용궁평야, 왕태평야 등이 끝없이 이어지고 멀리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마주하며 그 아래 근품산성 봉수대를 바라보고 남으로는 함창 오봉산의 봉수대와 연결된다.
원산성과 비슷한 형태와 지형에 자리한 성으로는 서울 한강변에 자리한 아차산성이 이와 흡사하다. 둘 다 강과 얕으막한 산봉우리를 잇는 요충지의 성으로써 재료는 흙과 돌로 쌓아올린 토석 혼축성이다. 원산성은 영남내륙에서의 각축장이었다면 아차산성은 서울 한강에서의 각축장이었다. 유사 이래로 이 둘을 차지하는 세력이 한반도에서의 주인으로 등극하는 형국이었다. 특히 원산성은 함창의 남산고성과 더불어 고녕가야 시절에 이웃한 세력으로써 충분히 경쟁하지 않았나 싶다. 두 곳 모두 들이 너르고 낙동강을 비롯한 지류가 발달했으며 주위로 백두대간이 지나는 지점으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이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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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2년 0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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