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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임인년(壬寅年), 문경과 호랑이 이야기

전 문경문인협회 회장 이만유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1월 07일
호랑이해인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사실은 다가오는 2월 1일 설날이 되어야 임인년 호랑이해가 시작된다는 것이 맞지만, 이미 사람들이 양력 2022년 새해를 호랑이해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문경과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고 신화, 전설, 민담, 민속신앙 등 우리의 삶 속 깊숙이 스며들어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왔다. 단군신화에서부터 근래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으로 호랑이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다.

구한말인 1903년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文次郞)가 한반도 형상을 나약한 토끼로 그린 것에 대해 육당 최남선이 1908년 호랑이 모양의 지도를 창간호 ‘소년’에 발표했고 그 뒤 넓은 대륙을 향해 앞발을 치켜들고 포효하는 용맹스러운 호랑이 모습으로 표현한 ‘근역강산 맹호기상도(槿域江山 猛虎氣像圖)’가 그려졌다.

전국에 호랑이 관련 지명이 동해 영일만 호미곶(虎尾串)을 포함해 389곳이 있다고 하는데 호기심으로 올해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신씨 성, 돌, 호랑이가 많다고 해서 ‘신석호(申石虎)의 고장’이란 별칭을 가진 우리 문경에는 어떤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나 지명이 있나 알아보았다.

삼국사기에 ‘견훤은 상주 가은현(加恩縣) 사람이다. 아버지 아자개(阿慈介)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다가 후에 가문을 일으키어 장군이 되었다. 견훤이 태어나 어린 아기였을 때 아버지가 들에서 일하면 어머니가 식사를 날라다 주었는데, 아이를 나무 밑에 놓아두면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였다.’라는 호랑이 관련 기록이 있고

문경에는 전통사찰이나 곳곳에 호랑이 그림과 흰 수염의 산신령이 모셔져 있는 산신각이 있고 그중 문경새재에 ‘주흘산 산신각’과 ‘조령산 산신각’이 있다. 여기에 ‘어명에 죽은 산신령’이란 전설이 전해 오는데, 조선 태종 때 문경 현감의 명령을 받아 조정에 올릴 문서를 지닌 역졸이 문경새재에서 호환(虎患)을 당하였다.

이를 보고받은 태종이 크게 노하여 즉시 금부도사를 보내어 문경새재 산신령(호랑이)을 잡아 오라는 엄명을 내렸지만 잡지 못하자 산신각에 제사 지내고 어명을 제단에 붙여 놓았더니, 그날 밤 삼경쯤 되어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호랑이 비명이 들리더니 잠잠해졌다.

그 이튿날 산신각 앞에 산만한 호랑이 한 마리가 죽어 있었고 그 후부터 문경새재에는 호환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길 선비가 개고기를 먹고 호랑이 그림이 있는 산신각 앞을 지나가면 발이 땅에 붙어 꼼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조선 시대 문경새재에는 호랑이 많았다고 한다. 굶주린 사람들이 쌀을 가져갈 수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이 새겨진 쌀독으로 유명하며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가옥인 전남 구례 운조루(雲鳥樓) 솟을대문 위에 벽사의 개념으로 잡신을 막는다는 호랑이 뼈가 걸려 있는데 그 호랑이 뼈는 주인인 유이주가 한양으로 가던 중에 문경새재를 넘다가 채찍으로 후려쳐 잡은 것으로 호피를 영조 대왕에게 바치고 백호 장군이라는 벼슬을 받았다고 한 것이다.

문경읍 용연리(龍淵里) ‘범바윗골’은 용못 서남쪽에 있는 골짜기로 범바위가 있고 지곡리(池谷里) ‘범바위’는 주치밭등에 있는 바위인데 범이 이 바위에 살았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호계면(虎溪面)에 범 호(虎)자가 들어가 있는데, 호계면 지형이 호랑이가 영강을 보며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기도 하고, 오정산 호랑이가 마을 앞 냇가까지 무리 지어 내려왔다고 하여 호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호계면은 11개 법정이동 중 호랑이를 포함 다수가 동물과 관련된 지명으로, 별암리의 자라 별(鱉), 견탄리의 개 견(犬), 구산리의 거북 구(龜), 우로리의 소 우(牛), 봉서리의 봉새 봉(鳳) 등의 지명을 가진 것이 아주 특이하며, 선암리(仙岩里)에는 상선암 서북쪽 배넘이산 중턱에 있는 산제당에 남녀신(男女神)이 호랑이의 호위를 받는 탱화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고 매년 정월 초사흘 밤에 제사를 올린다.

또 봉서리(鳳棲里) 범바우 아래쪽에 봉암사(鳳岩寺)라는 절이 있어 크게 번창하였다고 한다. 예천의 대국사라는 절의 중이 이를 시기하여 그 까닭을 캐어 보니 봉암사 뒤쪽에는 범처럼 생긴 범바우가 있고, 절 앞쪽에는 개처럼 생긴 개바우가 있어 범이 굶지 않게 언제나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중이 몰래 개바우를 깨트려 버렸다. 그 후부터 절이 점차 쇠잔해져 폐사되고 말았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산북면 호암리(虎岩里)는 마을 앞 사불산에 호랑이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호암리라 하였고 불당(佛堂)이 있는 불당골(佛堂谷)에 송씨 부인이 자식을 얻기 위해 밤마다 불당을 찾아 기도하였는데 정성이 지극하여 호랑이가 길을 인도하고 보호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가은읍 죽문리(竹門里) 복호산(伏虎山) 전설은 배고픈 호랑이가 먹이를 구하려고 나왔다가 도태라는 곳에서 한 동자가 덫을 놓고 호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엎드려서 화를 면하였다고 하여 엎드릴 복(伏) 자가 들어간 복호산이 되었다고 한다.

마성면 남호리(南湖里) ‘호랑목골’은 북실 서쪽에 있는 호랑이가 다니던 길목이었고, 하내리(下乃里) ‘범바위등’은 범바우골에 있으며 범이 자주 나와 앉았다는 바위가 있는 등이라 하였고 농암면 연천리(連川里) ‘범의굴’은 버무잣골 서쪽에 있는 범이 살던 굴이고, ‘복골’은 말바우 서쪽에 있는 골짜기로 호랑이가 엎드린 형국(伏虎穴)의 명당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전설에 의하면 농암1리 냇가에 개 한 마리가 지나가려 하는데 종곡리의 괴정(槐亭) 뒷산에서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잡아먹으려고 노려보는데 맞은편 성재산 밑에 있던 사자가 호랑이를 견제하고 노려보므로 서로가 잡아먹지 못하는 지세인데 훗일 사자와 호랑이, 개는 그대로 바위로 변했다고 하며 지금도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하며, 또 종곡리(鍾谷里) ‘범바우는’ 뒷바리 동쪽에 있는 바위로 모양이 범처럼 생겼다고 하여 생긴 지명이다.

그리고 영강 주변에 있는 특이한 명당으로 호랑이 입인 범아구지 호구혈(虎口穴)에 모신 묘(墓)가 있는데 시사(時祀)를 지낼 때 명당의 기가 너무 강해 후손들의 몸을 상하게 한다고 하여 묘소 가까이 가지 않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제사를 지낸다는 곳도 있다.

마지막으로 농암면의 구 선암초등학교에 있는 고려왕검연구소 이상선 소장과 전국 제일의 명품이라는 사인검(四寅劍)을 소개하면, 국내 첫 ‘야철대장’이며 노동부 전통야철 도검부문 기능전승자,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되어 활발한 작품활동과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소장이 만든 사인검(四寅劍)은 십이지상(十二支像) 중의 호랑이 인(寅)자가 네 번 겹치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제작되는 검으로 잡귀와 액운을 막아주는 신성한 ‘영물(靈物)’로 조선 시대 왕이 신하에게 하사하여 사악한 것을 베고 나라를 지키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검이다.

이상으로 임인년(壬寅年)을 맞아 문경과 호랑이에 얽힌 이야기를 마치며 2022년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인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마음에 새기면서 모든 일에 시비곡직(是非曲直)을 옳게 가리고 호시우보(虎視牛步)하여 새해는 국운이 창성하고 코로나를 극복하여 7만 문경시민은 물론 5천만 국민 모두 검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희망찬 한 해, 모든 것 다 이루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2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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