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9-29 오전 08:47:1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뉴스 > 독자마당

<독자마당>객주문학길: 산양봉정~봉서 반곡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11월 12일
지난달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김주영 작가의 객주문학관을 찾았다. 10여년 전에 대하소설′객주′를 감명 깊게 읽고 그동안 잊고 있다가 한 달 전 연락드리고 불현 듯 길을 나섰다. 방문 목적은 봉천사 아랫동네 반곡에서 출발하여 봉서리를 거쳐 봉정리까지의 옛길을 ′객주문학길′′로 복원하자는 계획을 의논함이다. 그 이유로는 객주의 시작점이 봉천사 아래 반곡리이며 종착지는 필자가 10년 간 살다 온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이다. 특히 물야면 오전리에는 객주 소설과 함께 보부상을 기리는 보부상위령비가 있다. 선달산 박달재를 넘나들면서 물산을 운반하며 살아가던 보부상들이 죽을 즈음 전 재산을 기증하여 기민을 구휼했다는 미담도 적고 있다.

현재 봉천사가 자리한 곳은 산양면 반곡리를 거쳐 봉서2리 잿봉서다. 산중턱에 있는 봉천사는 여러 가지 조건으로 산양면에 소속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호계면에 소속된 문경에서는 하늘아래 첫 동네다. 요즘은 개미취 꽃을 찾아 전국에서 때 아닌 사람들이 몰려든다. 개미취 뿐 아니라 월방산 일대는 간과할 수 없는 역사와 유적이 산재해있다. 그뿐 아니라 천혜의 일출경관과 소나무 너럭바위 등 수많은 보석들이 안목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외 옛날 보부상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다니던 옛길이 기암괴석 아래에 그대로 묻혀있다. 수년전에 그 길을 정비하기 위해 인부와 함께 가시나무를 제거 하고 돌다리도 놓으면서 천방(川防)길이라 이름 지었다. 거북바위, 원앙바위 등 족보가 있을법한 돌덩이에는 명명해서 입간판을 세워 두었다. 지금은 다시 숲속에 파묻혔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복원하면 다시없는 옛길 명소가 될 것 같다. 이왕 옛길을 복원할 바에는 소설 ′객주′의 시작점이 ′반곡′이니 만큼 객주의 저자를 찾아뵙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한다. 실은 7년 전 문경시에 월방산 프로젝트를 제출하면서 옛길 복원할 것을 주문했으며 그 후에도 여러 번 의견을 개진하였다.

소설 객주는 총10권으로 이루어졌으며 봉천사 아랫동네인 반곡에서 출발하여 필자가 10년간 머물렀던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서 끝을 맺는다. 객주는 천봉삼을 비롯한 수많은 민초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민중이 주인공인 무대이다. 반곡리 주막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옹기를 지고 출발하여 용궁, 개포장을 거쳐 안동, 진보로 이어진다. 창수령을 넘어 영해에서 어물을 떼어 오기도하고 소금을 지고 나르기도 한다. 이들은 전국을 떠돌며 강경에서 젓갈을 떼어 상주에서 비단으로 바꾸었다. 일 년에 고향집에 들르는 일이 서너 번 될까 말까하는 보부상도 있고 인편으로 식구들이 있는 집으로 돈을 부치고 몇 년이고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일반인들이 편히 갈수 있는 먼 길을 두고 지름길이지만 험하고 가까운 길을 개척하는 것도 이들 보부상이다.

충주 목계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가로지를 때도 없지 않지만 대개는 도보로 조선팔도를 돌아다녔다. 객주에 나오는 장터는 대구 진주 전주 평양 개성 강경 등 전국을 망라하지만 특히 우리지역을 돌며 물산을 사고파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울진에서 소금을 지고 십이령 재를 넘어 영양수비를 거쳐 봉화내성으로 가는 장면은 영화에서 보는 차마고도를 연상시키고도 남았다. 아! 저렇게 그들은 한생을 살다 갔구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삶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명절이 되면 고향산천을 향하여 제사를 올렸다. 떠돌아다니는 신세라 장가들지 못한 늙은 보부상도 적지 않았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장가를 들지 않은 이유로 꽁지머리를 땋아서 지게를 지고 고개를 넘는 늙은 보부상의 모습도 보인다. 떠돌아다니는 처지지만 그들 나름대로 규율이 엄했으며 특히 도둑질이나 엽색행각에 대해서는 단호한 집단처벌도 이어졌다.

모두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삶을 통해 그 시대 언어, 삶, 애환, 물산의 공급 등 다양한 생활상과 소재를 볼 수 있다. 객주는 대하소설로서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걸작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단순한 생활 잡기가 아니라 그 시대 보부상과 민초들의 삶을 자세히 그려주고 있다. 사랑과 미움이 전개되고 나아가 복수와 되갚음이 연속된다. 핍박과 설움 가난과 이별 등 객주에는 인생의 환희보다는 슬픔과 한이 훨씬 많이 이야기 된다. 선비들의 고담준령보다는 육두문자가 판을 치고 낭랑한 부인의 목소리보다는 주모의 걸직한 육자배기 장단이 허공을 가른다. 객주에 필적할 대하소설로는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등이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내 고향 영덕과 김주영 작가의 고향인 진보면 월전리는 이웃동네이다. 어린시절 비포장 도로로 외갓집에 갈 때 반드시 월전 삼거리에서 영양으로 가야한다. 이문열 작가의 ′변경′에도 가끔 등장하는 진보, 월전, 방전이 김주영 작가의 성장배경이며 소설의 원재료다. 경북 북부지방 문인으로는 특히 영양의 조지훈 이문열 오일도 청송의 김주영 작가가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50리 안에 이웃 동네로 있으며 고추로 유명한 청송 영양의 맑은물 고운산의 정기를 타고 났다.

김주영 선생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에 광채가 날만큼 환한 모습이다. 스님이 경전이나 읽어야지 상스러운 내용이 수두룩한 소설을 읽어서야 되겠냐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일일이 발로 뛰며 사실을 기록하고 풍찬노숙에서 객주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한편 ′문경객주문학길′ 개설에 대한 나의 제안이 의외인지 처음에는 대답을 아끼셨다. 선생의 걸작이 오래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인구에 회자되자면 문경시 반곡리 옛길에 객주문학길 개설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객주의 시작 지점인 반곡리 옛길에 객주문학길을 개설하는 것은 문경으로 보나 김주영선생으로 보나 좋은일이다고 거듭 의견을 내었다. 마침내 반색을 하면서 참샘길과 반곡, 봉서의 해당주소를 꼼꼼이 기록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말을 맺고 헤어졌다. 명승지는 요행이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 환경, 문화,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살필 때 되어지는 것이다. 5년 전에 야생화 열 포기로 시작한 봉천사 주위의 개미취가 보랏빛으로 이 가을을 수놓고 있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11월 12일
- Copyrights ⓒ문경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가장 많이 본 뉴스
정치·행정
문경시는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과 지역 주민들이 생활쓰레기로 인한 .. 
문경시(시장 김학홍)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하여 지역의 일상과 안.. 
문경시는 민선9기 시민중심 소통행정을 중심으로 더 나은 문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존경하는 문경시민 여러분! 서정식 의장님을 비롯한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 
존경하는 문경시민 여러분! 서정식 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그리고 시민.. 
기획
초겨울로 접어든 쌀쌀해진 날씨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휴식하기 좋은 문경관광진흥공단(이사장 신필균)의 불정자연휴양림을.. 
김용사 탁무(鐸舞) 취호.. 
최신뉴스
세계의 탈, 안동에서 하나되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개막..  
문경소방서, 가을 산악사고 예방 총력 산악표지리본 설치로 안전산행 지원..  
문경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정책 소통 회의 개최..  
제29회 문경사과 품평회, 10월 7일부터 접수 시작..  
문경시 제2민원실, 문경사랑상품권 가맹점 신청·접수 시작..  
민선9기 김학홍 시장, 숭실대 이윤재 총장과 만남 가져..  
문경관광공사, 추석 연휴 문경에서 즐기는 가을 여행..  
점촌2동, 추석맞이 전통시장 소비촉진 장보기 행사 참가..  
문경시보건소, 아토피는 물렀거라!”막대인형극 교육 성료..  
문경시, 추석 맞이 안전문화운동 캠페인 실시..  
문경시, 추석 명절 맞이 산불예방 홍보활동 전개..  
「2026 문경 친환경캠핑 페스티벌」영강에서 힙하게 즐겼다!..  
2026년 문경시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개최..  
문경시, 추석 맞아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나눔 실천..  
제16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 그라운드골프대회 개최..  
문경새재 야간경관 테마시설 「Golden Trace(황금마패의 길)」 무료개방..  
문경관광공사, 시민 정책토론회 제언 반영한 경영혁신TF 전격 가동..  
문경시의회, 추석 명절 맞아 소방서·군부대 격려 방문..  
점촌4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맞이 소외계층 위문품 전달..  
마성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맞이 효(孝)꾸러미전달 사업 전개..  
문경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추석맞이 명절음식 나눔행사 실시..  
생활개선문경시연합회 행복한 농촌가정 육성 프로젝트 사업 추진..  
추석 연휴 맞아「모전 ON-유길」미디어아트 본격 상영..  
문경시, 추석연휴 생활쓰레기 관리대책 추진..  
문경시, 청년과 함께 달린「러닝페스타:오미자편」성황리 개최..  
문경시 급식관리지원센터‘사회복지의 날’체험부스 운영..  
당포 1리 파크골프장 개장식 개최..  
문경시, 추석맞이 도로명주소 홍보 캠페인 실시..  
문경시, 추석맞이 현장근로자 위문 방문..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7,503
오늘 방문자 수 : 3,649
총 방문자 수 : 11,548,221
제호 : 문경타임즈 / 주소: (우)36981, 경상북도 문경시 우지공평로 21 / 발행인·편집인 : 김재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재용
mail: press@mgtimes.co.kr / Tel: 054-554-8277 / Fax : 054) 553-8277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475 / 등록일 : 2018년 7월 12일
Copyright ⓒ 문경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
후원 : 농협 301-0236-3322-81 / 예금주 : (주) 청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