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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 고녕가야19 - 가야진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7월 15일
신증동국여지승람 28권 상주목 산천(山川) 낙동강 조(條)에는 낙동강 언저리에 설치된 가야진(伽倻津)을 통해 조선의 문물이 원활하게 유통된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상주의 가야진이라면 상주에 있는 가야나루라는 말인데 그 나루가 어느 나루인지는 알수 없다. 상주지방에 있는 많은 나루 중 아무래도 고녕가야와 관계가 있는 지명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모르긴 해도 풍양과 사벌을 잇는 상풍교 부근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아니면 함창금곡에서 영순면 말응을 오가는 나루를 일러 말한 것은 아닐까? 여하튼 상주함창 관할내에 있는 나루 가운데 하나임에는 의심할 바 없다. 함창에서 낙동강을 따라 삼강 언저리에 위치한 용궁면에도 ‘가야’라는 동네가 있다. 그만큼 가야라는 ‘역사의 언어’가 이 땅에 자리매김한 것은 2천년의 세수를 헤아리는 것이다. 한편 낙동강 하류에 있는 양산물금에는 가야진사(伽倻津社)가 있고 가야나루가 지금까지 전해온다고 한다.

낙동강의 발원지는 강원도 태백의 황지이며 7백리 물길을 따라 봉화 안동 문경 상주 선산 구미 성주 고령 창녕 밀양 합천 함안 김해를 거쳐 남해안으로 들어간다. 가야란 바로 이 낙동강을 축으로 이어진 고대의 소국들이다. 7백리 물길을 흐르면서 낙동강 가야진(伽倻津)이 하필 상주목 산천(山川)조 대목에 나오는지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필시 가야진의 본거지가 상주 지역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상주의 옛 지명인 낙양의 동쪽을 흘러간다고 해서 낙동강이라고 명명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말이 근거없는 말은 아니지만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낙양(洛陽)의 동쪽보다는 상락(尙洛)의 동쪽이라고 하는 것이 더 근접한 설명이 될 것이다. 낙양이라는 단어는 가락의 따뜻한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낙양이 생기기 전에 가락이라는 말과 상락(尙洛)이라는 지명이 먼저 있었다. 가락 중에서 김해의 하락에 비교하여 강의 위쪽에 있는 고녕가락이 있는 상주지방을 상낙이라 명명한 것이다.상락(尙洛)은 상락(上洛)과 같은 의미로 쓰여진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엄연히 나와 있는 고녕가야를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한 번 더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에도 번연히 수록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금관가야 수로왕의 바로 아래 세력인 고로(古老)태조의 무덤이 왕비릉과 함께 함창에 있다. 오봉산 2봉에는 고녕가야 산성인 남산고성이 있고 맞은편에는 오봉산 고분군의 천여기 고분이 산재해 있다. 고분군 아래에는 암각화가 그려진 대형 성혈석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그 맞은편 윤직리에는 머리메(山)와 머리돌(石)이 2천년 세월을 격하면서 낮으막한 산을 이루며 고이고이 앉아있다. 윤직리 마을복판에는 먼 옛적 고로(古老)왕이 솟아올라왔을 법한 우물이 井자 형태의 먼 옛적 낡은 돌 테두리를 머리에 이고 있다. 공검 큰길 옆에는 삼한(三韓) 제일의 저수지가 연꽃을 키우며 인신공양의 전설을 간직한 채 뜨거운 태양아래 일렁거리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늙으신 할머니를 대하는 듯한 편하면서도 아쉬운 감흥이 일어나는 고장이 바로 이곳 함창들에 펼쳐진 고을들의 공통점이다.

유구하고도 순박한 우리의 역사와 얼이 담긴 유물유적이 장물아비들의 표적이 되어 훼손되고 시달린 지도 한 세기가 지났다. 이제는 그만할 법도 한데 수난의 역사는 더 고착화 되고 있으며 문화의 흔적들은 갈기갈기 찢기어 이제는 아예 넝마가 되었다. 함창 오봉산의 파괴되고 헤쳐진 수천기의 고분들을 보고 누가 21세기의 문화를 논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있어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지 70년만에 세계가 우르러 볼 선진국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랴! 이 땅을 먼저 살다 가신 우리의 선인이요, 혈육을 이어준 조상들의 유택이 낭자히 파헤쳐져 있지 않는가? 우리를 망가뜨린 이민족도 아니고 바다를 건너와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도 아닌 바로 우리의 직계 할아버지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문명의 우물이 아니던가?

오늘날 이 숭고한 혼불을 말살하고 부정하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리보고 저리보고 아무리 뜯어봐도 수긍할 수 없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변진12국이 가야12국의 역사라고 저들은 억설한다. 고구려의 강역보다 4배나 크고 인구는 5배나 많은 삼한(三韓)이 한강 이남 좁은 강역 안에 있었다고 서로 고개를 주억거리며 트림을 한다. 다섯글자 중 두 글자 음(音)이 가야와 비슷하다면서 ‘변진구야국’이 바로 금관가야의 다른 이름이라고 약속이나 한 듯 눈을 끔뻑이며 입을 모으고 있다.

위지동이전 삼한의 78개국을 한강 이남에 골고루 배치하려하니 6가야니 5가야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역사는 아예 지우고 싶은 것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불편한 진실들은 이참에 없애버리고 말겠다는 저들의 심사가 빤히 보인다. 그런 후 일본서기에 출현하는 10국 즉 가라국, 안라국, 사이기국, 다라국, 졸마국, 고차국, 자타국, 산반하, 걸손국, 침미다례의 국명을 채운다. 이렇게 하면 그들이 1세기 동안 줄기차게 노력해온 임나일본부의 9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6가야 실기는 허구로 만들고 생기 넘치는 신라, 백제의 초기 역사는 믿지 못할 기록으로 만들어야 한다. 불꽃처럼 타오르던 가야의 철기도 왜의 식민지로 전락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반도 북쪽은 한사군을 중심으로 중국이 지배했고 남쪽은 왜가 일본부를 두어 통치했다는 이론을 완성시키려는 저의가 노골적이다. 고토수복이라는 역사적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한 저들의 작업은 치밀하고도 끈질기다. 이러한 과업 앞에 함창의 고녕가야나 성산의 성주가야는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하는 것이 또한 그들의 역할이다. 염려하던 일들이 중단없이 진행되어도 이 땅의 주인들은 냄비안의 개구리처럼 태평천국을 구가하고 있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현 상황을 자각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제2, 제3의 임진란, 한일합방이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상락의 강(江)인 낙동강처럼 고녕가야 역사가 도도히 흐르도록 오늘도 나그네는 여장을 챙겨 길을 나선다.  나무아미타불~

마리산에서 내려다본 영순 낙동강 '가야진'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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