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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고녕가야역사찾기17 - 머리뫼 고인돌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20일
함창읍 윤직리에 가면 경원목장 옆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야산이 있으니 그 이름이 ‘머리뫼’이다. 머리뫼란 순 우리말로서 한자로 표현하면 백두산이라 할 수 있으며 이두표현으로는 머리산이라 한다. 머리산이란 으뜸되는 산으로 높고낮음에 상관없이 주위 모든산을 거느리는 권위있는 산을 말한다. 

아라가야의 고분이 자리하고 있는 경남함안의 진산 이름도 말이산 혹은 마리산이라 불리며 강화도의 참성단이 있는 성산이름은 마니산이다. 음차의 상관관계로 머리산 마리산 말이산 마니산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의미를 뜻한다. 함창 윤직리에 있는 머리뫼도 비록 작으마한 동산에 불과하지만 역사적 배경을 생각할 때 그 상징성은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신비로움을 머금은 머리뫼 정상부위에는 범상치않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둥글고 뭉특한 바위돌이 억겁의 무게로 정수리에 얹혀져 있다.

이번 머리뫼 답사에는 고녕가야 권역을 10여차례 동행한 허흥식교수 외에 이하우 암각화 연구회장도 함께 동행했다. 이하우 회장은 포항칠포리 별자리 암각화를 발견했으며 울산대학교에서 암각화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울산반구대 암각화 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함창에서는 권창희 김용길 김희근 고녕가야 역사찾기 회원들이 동참했다. 이하우교수를 위해 여러번 답사한 신흥리 구멍돌과 역곡리 구멍돌을 먼저 안내하고 새로 찾은 남산고성까지 둘러봤다. 공갈못 근처 단골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늘의 목적지 윤직리 머리뫼로 행선지를 잡았다. 한달전 처음 머리뫼를 찾았을 때는 경원목장 최원덕 농장주가 안내를 하였으며 오늘은 내가 그 역할을 했다. 머리뫼 올라가는 길은 따로 없고 밭 옆으로 좁게 이어지는 한사람이 다닐 수 있는 밭두렁 소로가 전부다.

소로 옆의 밭은 옛날 절터로 알려진 곳이며 군데군데 고(古)기와 파편이 쌓여있고 자기 파편들도 돌출되어 있다. 지난번 왔을때 최원덕 밭주인으로부터 예전에 밭을 갈다가 석자나 되는 녹슨장검을 발견하여 밭옆의 가시덩굴에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머리뫼 높이는 해발 80여m로 그야말로 야산이지만 사방으로 보이는 전망만은 범상치 않다. 정상부위에서 빙 둘러보면 북쪽으로는 점촌시내 전체가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영순들과 영강들판이 들어온다. 앞으로는 영강이 흐르고 뒤로는 이안천이 흐르며 남으로는 모든강물을 아우르는 낙동강이 흘러간다. 서쪽으로는 함창읍내를 비롯하여 제약산까지 거침없이 보이고 이안천 옆으로는 덕통리 구(舊)역터를 비롯하여 옥녀봉이 지척에 보인다.
 
일반적으로 옥녀봉이라고 하면 구슬옥(玉)자에다가 계집녀(女)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덕통리 옥녀봉은 전혀 다른 뜻이다. 황제의 옥새를 뜻하는 구슬옥(玉)에다가 수레여(輿)자를 쓴다. 이는 옥황상제에게서 옥세를 받아서 세상을 다스리는 진인이 출현하는 산이라는 의미로 왕기(王氣)를 나타낸다. 머리뫼에 담긴 뜻과 형상도 비상하지만 옥녀봉에 얽힌 사연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곳은 분명 옛 고녕가야국의 영화가 꽃핀 곳임을 더욱더 우리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지명들이다.

머리뫼 정상부위는 길쭉한 구렁형태로 되어있으며 자세히 살펴보면 인공적으로 만든 산이라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산구렁 가운데 가장 불룩한 부위에 널찍하고 두터운 바위돌이 얹혀져있다. 바위 상부에는 인공적인 구멍들이 스무개 정도 패어져있다. 처음 이산에 와서 바위를 보고 느낀 감정도 예사롭지는 않았다. 이 돌은 제례나 장례용으로 분명 다른데서 옮겨온 것임에 틀림없다. 이하우 회장의 설명도 인공적이며 다른 곳에서 옮겨온 시설이라는 것이다. 이 돌은 고인돌일 가능성도 있고 제단일 가능성도 있다. 옛사람들이 하늘이나 내생에 대한 믿음을 나타내는 제례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원덕 목장주의 설명에 의하면 어린시절 이곳에 와서 뛰어놀 때 땅에서 쿵쿵하는 공간음이 들렸다고한다. 즉 이 근체 지하 깊지 않은 곳에 무덤으로 사용한 공간이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다. 거대한 상처럼 생긴 기묘하고도 얼씨년스러운 바위돌 위에 올라가보기도 하고 이쪽저쪽으로 촬영도 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한결같이 숙연한 모습을 내비쳤다. 두분 교수들을 제외하면 전문학자도 아닌 늙도 젊도 않은 사람들이 고녕가야라는 공통분모와 구멍돌 답사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났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지역이 수십 세기를 격해서 아득한 옛날까지 핏줄이 이어졌든 아니면 단순한 선인(先人)들이었든 우리와 연결되는 그 무엇을 찾아 나선 것이다.

지금 학계에서 외면하는 고녕가야의 역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독 구멍돌들이 많이 발견된다. 오봉산에 십여 개가 넘는 것을 비롯해서 산양의 금천주위에도 20여개의 구멍돌들이 분포해있다. 그리고 이번답사에서 새로 발견한 문경읍 하리 마을회관 앞에 있는 구멍돌은 사방 입체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새겨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은읍 견훤탄생지인 아채마을에서도 거대한 구멍돌을 두 개나 관찰할 수 있었다. 가은읍 성저리 회관앞 비석돌 상층부에도 구멍이 수개가 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비석돌에 새겨진 구멍은 비석을 만들기 전에 이미 새겨져있던 구멍돌을 이용하여 비석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두분 교수의 공통된 견해다.

구멍돌과 고녕가야는 어떤 연관관계가 있을까? 별자리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우물이나 여근(女根)을 떠올릴 수 있다. 역사서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우물은 깊은 밤 북극성을 비추고 그와 함께 물이라는 생명을 기르는 신성을 생산하는 장치다. 여근 또한 생명의 산실로써 아들 달을 잉태하며 모든 숫짐승의 귀의처이다. 생명을 탄생시키는 구멍돌을 파면서 자손의 번성과 그들이 번창할 수 있도록 부귀를 빌고 또 빌지 않았을까? 그렇게 구멍돌은 생명의 근원인 북극성을 비추는 우물과 여성의 성기를 상징화해서 자손창성과 부귀를 기원한 신앙의 흔적일가능성을 점쳐본다. 철기 청동기 석기시대를 망라해서 역사시대에 들어와서도 사람들의 원초적인 신앙 행태는 면면히 계승하여 오늘에 이르른 것이다.

윤직리 머리뫼에서 뭉특하고 거대한 구멍뚫린 바윗돌을 이리저리 살피고 어루만지면서 못다한 소원을 되뇌어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제시하는 고녕가야의 권역은 함창을 중심으로 문경, 가은, 호계 등을 아우르고 있다.

머리뫼고인돌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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