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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고녕가야 역사찾기13 - 대가야 유민설(遊民說)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02일
가야사연구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태식 교수의 ‘가야연맹사’를 두 세번 읽었다. 전문 학술서적을 일반인이 한 번 읽기도 수월한 것이 아닌데 몇 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편 차후의 독서인을 위해서라도 정독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감이 있었다. 필자가 함창 고녕가야를 천착한지 일년의 세월이 다가온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함창고녕가야 역사와 지명의 변천사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 외의 역사서에도 10여 군데 이상 등재되어 있는만큼 사료로 평가할 때 가로세로 전후좌우 교차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함창고녕가야’를 지우고 ‘진주고녕가야’로 개정하거나 아니면 아예 6가야 자체를 부정하는 신진학자까지 출현한 상황이다.

먼저 대표적인 일본 식민사학자인 나가 미찌요는 그의 저서 ‘조선고사고’에서 함창의 고녕가야는 여타 가야와의 거리가 멀어서 고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이병도는 「거리상 멀다」는 이유에 덧붙여 물산이 풍부하고 큰 고을을 뜻하는 ‘웅주거목’을 들면서 진주로 비정하고 싶다는 심정을 비쳤다. 

역사적 사실을 고증도 않은 채 심정적으로 비정하고 싶다고 해서 비정되어서는 안 될 일인데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그 외 또 다른 이유로 내세운 것이 진주의 고명(古名)이 ‘거열’이라면서 고녕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사실 거열은 진주가 아니라 거창의 고명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위의 3가지 이유가 당치않음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으며 지금 학계에서는 그의 이론을 외면하고 있다. 거리의 멀고 가까움을 국가성립의 진위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바다건너 한반도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는 일인(日人)들의 주장에는 함구하고 있으니 웃지못할 일이다. 

또 웅주거목이라는 말은 옛 상주의 별칭이며 진주보다 물산이 2배 이상 산출되며 면적또한 진주보다 상주함창이 훨씬 넓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이병도교수가 역사속의 함창고녕가야를 진주로 교체한 결정이 허구라는 것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지도에 진주가 고녕가야의 터전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후 김태식은 함창고녕가야를 부정하는 이유 서너 가지를 새로 제시했으니, 대가야 유민이 함창에 이주해 살다가 신라에 반하면서 고녕가야를 참칭했다는 것이 하나요, 다음은 신라경덕왕때 고녕군으로 개명했기 때문에 그전에는 고녕이라는 말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해 못할 논리가 둘이요. 삼국사기의 본기(本紀)가 아니라 지리(地理)편에 그 내용이 나오므로 고녕가야 기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셋이요. 삼국유사 6가야조에서 가락국기 찬(讚)을 인용했으므로 엄밀히 말해서 삼국유사 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가 네 번째 이유이다.
 
필자가 본 바로는 인정해야 할 모든 사료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억지 부리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김태식의 주장을 살피자면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내용으로는 실증자료로서 부족하므로 확실한 무엇인가가 새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학을 담당하는 한 조국에 드리워진 역사의 멍애를 벗기란 참으로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어떤 특종의 증거가 나와도 그것은 인정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부족한 자료로 추가될 것은 불문가지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외 물증으로 제시되는 것으로 태조고로왕릉, 왕비릉, 함령김씨족보, 700여개의 고분, 절터, 대형성혈석 등이 있다. 무엇보다 고녕가야 고로왕의 후손인 함령김씨 씨족이 3만여 명이 현전하는바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멀쩡한 역사를 굳이 부정해서 그들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제다.
 
그가 주장하는 대가야유민 이주설(移住說)은 소설에 가까운 억척이다. 삼국사기본기 첨해왕10년에 사벌주 호족80여호를 현재 영덕땅인 사도성으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내용을 보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고녕가야와 사벌국은 낙동강을 두고 나란히 붙어있으므로 중첩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사벌국 유민이라 하지 않고 사벌주 유민이라고 표현한 것이라 생각된다. 

사벌국이 먼저 망하고 고녕가야가 늦게 신라에게 병합된 것으로 지역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신라가 대가야를 복속시키고 유민을 충주에 집단 강제 이주시켰지만 ‘무슨’ 가야라고 주장한 기록이 없다. 이를 미루어보더라도 대가야 유민의 함창이주설은 고녕가야를 부정할 아무런 근거가 될 수 없다. 그저 황당한 주장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이 시점에서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기존의 학자들이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변진구사국’을 김해의 금관가야로 확정해서 논하고 있는 것.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내용과 대등하게 취급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연대의 표준으로 삼고 있는 것. 위지동이전 한전에는 삼한의 영역을 고구려의 4배로 기록하고 있으며 인구는 고구려가 3만호, 삼한이 10만호로 삼한 인구가 고구려 인구의 3배 이상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구려보다 3~4배나 큰 삼한영역을 한반도 남부에 비정하고 확정하는 것이 가능한 이론인가? 그중 변진 12국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는 변진구사국 혹은 변진구야국을 김해의 금관가야라고 확정지은 일본학자들과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국내학자들의 행태를 실증사학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일본학자들 가운데는 변진구사국을 일러 ‘구야한국’이라는 그럴듯한 고유명칭을 개발하여 쓰고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변진구사국 같은 부분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해 볼 숙제지 현재의 시점에서는 확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리고 고령이나 김해에서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함창은 가야연맹이 될 수 없다면서 정작 일본이 바다 건너 임나일본부를 설치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묵인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학자들이 그렇게 자랑하는 실증사학의 실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묵인하는가?
 
멀쩡한 역사를 놀부가 제비다리 부러뜨리듯 패대기치는 당신들의 저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진실을 찾기위한 작업인가 아니면 국가미래를 위한 원려지심의 산물인가?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펴보아도 그러한 낌새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신식학문의 수요자 입장에서 일인교수들의 학습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은 그렇다 치자. 

그 시절 일인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침략의 역사를 이제는 우리의 눈과 가슴으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해방된 지 70년이 지나면서 아직까지 그들에게서 수용된 내용을 고수하면서 국사의 정통성이 멍든 채 그대로 방기하려는가? 

이병도교수가 근세 역사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라 할지라도 과오가 있다면 그 부분은 바로잡는 것이 그를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상식이며 국가의 장래를 설계하는 역사학도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임진왜란시절 김성일은 당파의 이익을 대변한다면서 일본의 침략가능성을 부인했다.

당시 남인(南人)의 당론이 불가침(不可侵) 이라며 뻔히 보이는 침략조짐을 거짓 보고한 결과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김성일의 거짓보고는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고 그 역시 퇴계문하생으로서 청사에 크나 큰 오점을 남겼다. 역사의 사실과 진실을 숨기면서까지 우리역사를 불리하게 증언해서 당신들과 대한민국에게 돌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그 결과는 김성일과 그의 나라 조선이 경험한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아야한다. 대한민국 사학자들이 국민의 불행과 국가의 표류에 대해서 책임질 자세나 역량을 키우고 있는지 거듭 물어보고 싶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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