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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고녕가야 역사찾기12 - 목은(牧隱)이색과 괴시(槐市)마을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1년 03월 23일
영덕에 가면 영해면소재지에서 대진해수욕장 가는 길 오른편으로 고색 완연한 기와집들이 늘어서있다.
동네이름은 괴시마을이며 고려삼은(三隱)중의 한 사람인 목은(牧隱)이색이 태어난 곳으로 그가 어린 시절과 만년을 보낸 곳이다.
원래 이곳은 고녕가야 유민이 강제 이주해 정착한 곳으로 그의 외가인 함령김씨 집성촌이다. 그가 청나라에서의 유학시절 동네이름이 괴시마을임을 상기하고 낙향했을 때 그 이름을 섰다고 한다.
그는 혼란한 고려 말 급진개화파의 역성혁명을 반대하며 온건개혁을 주창하다가 정도전 일파에게 죽음직전에 이르렀다. 이성계가 그들을 만류하여 조선이 개국할 즈음 현재 상주시 공검면 예주리 당시 함령으로 귀향을 오게 되었다. 목은이 귀양살이를 한 현재 공검면 예주리에 가면 이안천 건너편에 아담한 정자가 지금도 자리하고 있다.
그가 당시 함창에 귀양 오게 된 사연은 그의 아버지 이곡이 장인 김택의 본향인 함창에서 잠시 터를 잡고 세월을 보낸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목은 이색의 본향은 충청도 서천 한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부친 이곡이 괴시마을에 정착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다. 이곡은 목은의 부친이자 문인으로서 죽부인전을 지은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청년시절 방방곡곡 명현 대가를 찾아 예방하던 중 영해의 명문 김택 가(家)를 찾아 몇일 유하면서 거량을 나누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마침내 김택과 이곡청년은 의기가 투합하여 마침 김택에게 과년한 딸이 있어 사위 장인이 되기로 하고 3년 간 장가살이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미래 동방의 거유(巨儒)가 될 목은 이색이 태어난 것이다.
함령김씨인 김택은 고려말 찬성공 벼슬을 지냈으며 조상대대로 괴시마을에 살았지만 그의 먼 선조들은 고녕가야국의 터전인 함창(함령)에 세거하였다. 서기 40년에 고녕가야를 건국하고 6세기 중엽 신라가 병합하기까지 500여 년간 함창은 고녕가야의 도읍이었다.
사벌국과 고녕가야를 병합한 신라는 이들의 부흥운동을 염려하여 지배층 80여 가(家)를 징집하여 지금의 영덕 땅인 사도성(沙道城)으로 강제 이주시켰다.(十年春 二月 改築 沙道城 移沙伐州 豪民 八十餘家) 그 후예 가운데 고려 인종 때 입신한 김종제, 김종계 형제를 중시조로 새로운 함령김씨 일파가 형성되었다. 바로 괴시마을, 인량마을 등 8대종가가 현재까지 내려오는 영해, 창수, 병곡을 아우르는‘나라골’지역이다.
그러한 연유로 김택은 찬성공의 벼슬을 마치고 죽어서는 가야의 옛터전인 함창(현 사벌면) 덕과리에 묻혔다. 한편 공검면 두곡리에 가면 김택의 사위이자 이색의 부친인 이곡이 심은 은행나무가 고목으로 지금도 열매를 맺으며 살아있다.
필자의 고향이 영덕으로 어린시절 영해에 가끔 갔으며 20대에는 전국을 유행하면서 느낀 점은 영해면 나라골 일대가 동해안의 으뜸가는 길지라는 것이었다. 바다를 면해 있으면서도 뒤로는 칠보산 등 명산을 끼고 창수천 등 하천이 흐르며 해안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평야를 갖췄다.
이곳 출신으로는 목은을 비롯하여 고려 나옹대사, 의병장 신돌석 등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인사들이 있다. 소(小)안동이라 불릴 정도로 이 지역은 동해안의 호족 및 명문가가 집중된 명문고장으로 손꼽혔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영덕은 모르지만 괴시마을 등이 있는 영해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일본사람들이 들어와서 이고장의 전통을 차단하기 위해 고도(古都)인 영해군을 여러 면으로 쪼개고 군청소재지를 영덕으로 옮겼다. 목은과 나옹, 신돌석 장군 등이 이 땅에 태어난 것도 결코 우연히 아니라 고녕가야 유민과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
조선이 개국되면서 그들이 제거하고자 무던히 애섰든 목은의 학문과 이념세계를 그들이 이어 간 것도 매우 모순적인 사건이다. 고려에 의리를 지키면서 삼은(三隱)으로 일컬어지는 목은, 포은, 야은 등은 모두가 영남, 그중에서 현재경북에 해당하는 경상우도 출신임도 주목할 일이다.
고녕가야가 신라에 병합되면서 전국각지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12종파로 벌어졌으며 현재 씨족은 3만여 명 내외라고 한다. 6가야를 본관으로 하는 김씨(氏)는 김해, 성주, 함창 세 곳이라고 하니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역대로 망국의 역사를 가진 씨족으로 김해김씨, 백제부여씨, 고구려고씨, 경주김씨, 개성왕씨, 전주이씨 등이 있다.
함령김씨나 성주김씨 역시 소국이지만 고대 가야라는 소왕국을 경영한 씨족임이 분명하다. 함창이 고녕가야의 터전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고녕가야 태조 고로(古露)를 시조로 하는 함령김씨 씨족이 현전한다는 사실이다.
역사서에 명백하고 왕릉과 왕비릉이 현존하며 지배층의 고분군이 있고 6가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대규모 성혈석이 전해오고 있다. 고분군을 연이은 산성이 있고 후대에 쌓았을 가능성이 있는 봉수대도 현존한다.
특히 고녕가야 태조왕릉은 조선시대 선조임금 이전부터 정성스럽게 관리했으며 숙종시절에 왕명으로 묘역을 정비했다. 이는 영조 때 정비한 금관가야의 수로왕릉보다 훨씬 앞선 일이다.
이렇듯 버젓이 살아있는 역사의 현실을 뚜렷한 근거 없이 ‘한여름 황소 하품하는 격’으로 부인하는 행위는 간과할 수 없다. 모자라는 역사도 보완해야 할 사명을 가진 학자들이 분명한 역사에 대해 흠집을 내고 밟아 뭉개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한다. 교수나 학자의 신분이 결코 완장일 수 없다.
완장이란 권력이 군중을 다스리기 위해 못 배우고 억압당한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씌워주는 멍에에 불과하다. 2천년을 이어온 씨족사회와 지역의 전통과 상식을 무시하고 직위를 방패삼아 갑질한다면 어찌 지식인이라 하겠는가? 특히 두 페이지도 안 되는 삼국지위지 동이전 한전(韓傳)을 근거사료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페이지 반 남짓한 한전(韓傳)사료에는 백제, 신라, 가야의 역사를 재단하고 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부정확하다. 더군다나 한(韓)전에는 백제, 신라, 가야를 적시한 역사는 단 한 줄도 없다. 변진구사국(弁辰狗倻國)을 김해로 배정하고 표준삼아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재단하는 것도 어불성설임을 분명히 말해둔다.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대사, 기문, 탁순 등의 지명을 두고 가야사를 복원한다는 엉터리 논리도 배제되어야 함은 말 할 것도 없다. 한국 사학계는 함창 고녕가야사를 정립하고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
성실한 학자의 모습과 명실상부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말해야한다. 필자가 본 자료로는 여태껏 한국사학계에서 고녕가야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토대로 한 논문이나 결과물을 단 한 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는 필자의 과문이기도 하겠지만 현재 고녕가야사 연구의 실태임을 나타내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지역민의 입장에서 고녕가야를 부인하는 학자들의 견해를 지켜보노라면 그저「한여름 나무그늘에서 한가로이 되새김질 하는 황소의 하품」만큼이나 멋쩍게 보인다.
지금이라도 역사학계는 그동안 훼손시킨 고녕가야 역사와 주민들 앞에 먼저 진지한 참회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 이 지역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하여 일조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함창의 지명변천: 고녕가야국› 고동람군› 고릉현› 고녕군› 함령군› 함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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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  입력 : 2021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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