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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방산 이야기9 - 오봉산고분군

봉천사 지정 스님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0년 10월 10일
월방산 봉천사에서 내다보면 높고 낮은 산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중 오른쪽 멀리 함창 신흥리 뒷산이 보이니 그 이름이 오봉산이다.

무지봉, 봉화봉, 병풍봉, 밥봉, 매봉 등 다섯 봉우리가 올망쫄망 형제처럼 키재기를 하고 있다. 이십여 년 전부터 사벌주에 속한 고분군을 찾았지만 여태까지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오랜 세월 찾아 헤매던 중 지난 주말 작심하고 오봉산 고분군을 찾아가기로 하고 행장을 꾸렸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막상 도착하고 보니 월방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오봉산고분군이 있었다. 점촌에서 10리 남짓한 함창 신흥리는 가끔 와 본 동네라 그곳에 고분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수소문 끝에 함창에서 석재공장을 운영하는 권창희 대표의 안내를 받아 고분군을 찾아 나섰다. 점촌에서 상주방향으로 승용차로 5분쯤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신흥리 출구가 나온다. 출구를 빠져 굴다리길을 지나 50m전방 오른쪽에 물류창고가 있고 그 옆에 안내도가 서 있다.

그곳에 차를 세워두고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길을 5분쯤 걸어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야트막한 동산길을 100m쯤 더 걷다보면 무너진 흙더미 같은 듬직한 봉우리 하나가 앞에 나타난다. 봉우리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화령재에서 발원한 이안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이곳에서 1km 흘러가면 속리산에서 발원한 영강과 합류해서 다시 퇴강에서 낙동강과 합수한다. 예전에는 소금배가 오봉산이 소재한 신흥리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뱃길이 열리고 멀리로는 평야가 끝없이 펼쳐진다. 상주평야 못지않는 경북에서는 보기드문 넓은 평야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가을이라 누런 벼들이 파도를 타는 모습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강을 건너 들을 넘고 멀리 작약산을 비롯하여 오정산, 월방산, 천주산 등이 시야에 펼쳐진다. 풍수상으로 배산임수가 완벽하고 들이 넓으니 도읍이 들어설 입지는 모두 갖춘 곳이다.



문득 발이 딛고 있는 봉우리를 찬찬히 뜯어보니 무심히 봤을때와 달리 이것은 예사 터가 아니다. 대략 가로 15m, 세로 2.5m의 규모로 석판이 얼기설기 덮여져 있고 밑에는 시커먼 공간이 입을 벌리고 있다.

안내자 권창희씨의 설명에 의하면 이쪽으로 고속도로가 통과하면서 이 부근에서 2만 5천여 점의 유물이 발굴되어 영남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현재 오봉산 능선을 중심으로 10리 길이에 300여기의 고분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삼분의 이는 도굴되었으나 처녀무덤도 상당수 현존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특별히 사적지로 등재되거나 지표조사를 한 바는 없으며 지방문화재 기념물로 정해진 것이 전부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정비되어야 할 것 같다. 주위에는 경운기가 다닐 수 있는 임도가 개설되어 있으며 근래에 조성한 무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고분 위에는 수십 년 된 잡목들이 자라있고 산주인이 여럿이어서 통일된 관리는 어렵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역 장년층을 중심으로 산길 옆으로 풀을 베거나 관공서나 출향민들에게 보존계승하자고 홍보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 두 번 째 방문 때는 사학 전공 원로교수 두 분과 학예사 두 분을 대동하였는데 지역민 몇 분이 더 나와 더욱 진지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도굴된 고분 중 큰 것을 골라 안을 들여다보니 컴컴한 입구가 호랑이 입처럼 벌어져 있는데 어두워서 심연을 모두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2천년의 전설이 기지개를 켜면서 금방이라도 나올 것 같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고분 상단부의 흙무더기는 무너져 내렸으며 옆으로 난 길과 앞에 새로 만든 무덤들로 인해 형태는 많이 상했지만 거대한 봉분이라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수리봉까지 300m정도 산길 옆으로 드러난 돌무더기와 도굴된 고분 등 30여기 이상의 훼손된 모습이 나타났다. 심지어 돌무덤 위에 정자를 지은 경우도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눈으로 직접 확인한 고분만 해도 100기는 족히 넘었다. 어두워질 무렵까지 산길을 더듬다가 고분아래 있는 과수원에 이르니 길이 10여m, 넓이 2m가량의 반석 위에 백여 개의 구멍이 패여 있는 돌 유적이 나타났다.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그러한 반석들이 네 개가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두 분 전문가의 견해로는 별자리가 아니면 암각화의 흔적이 아닐까한다. 아니면 제사상으로 사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십여 년 전 합천근처 고령에 있는 대가야 고분군을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도 산 능선을 중심으로 수많은 무덤들이 오랜 세월 버티고 있었다. 얼마 전에 방문한 경남 함안군 아라가야 고분군도 산 능선을 따라 천여기가 산재해 있었으며 입구에는 출토된 유물을 전시한 박물관이 있었다. 두어 시간 오봉산을 둘러본 결과 함창은 옛날 가야 문화권으로 그들과 무덤양식을 같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함창은 예전에 함령으로 불렸으며 고령가야의 본거지로 전해져 온다. 참고로 함창은 고령가야의 본고장이며 현재의 고령은 대가야의 터전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함창읍 시가지에 가서보면 고령가야 왕릉과 왕비릉이 현존한다.

동행한 허흥식교수와 박상국교수는 역사학계의 원로로서 이곳이 고령가야의 유적임을 강하게 어필했다. 현재 공식 설명으로 오봉산고분군은 삼국시대 초기무덤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사학계의 거두인 이병도 교수께서 1930년대 말하기를 함창의 가야국 전설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유네스코에 가야고분군 등재 신청을 할 때 유독 오봉산 고분군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병도 박사가 활약하던 시절에는 오봉산 고분군이 있는지 조차 몰랐던 것이다. 지역인들의 설명으로는 그저 무덤이 많아서 공동묘지 정도로만 알다가 근세에 와서야 이것이 상고시대의 소중한 문화유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하니 알만하지 않는가? 필자가 본 바로는 오봉산 고분군은 국책사업으로 진행하여야 하며 장차 경상도 문화권 설정에도 엄청난 지각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한다.

각 지자체에서 인위적으로 짓는 민속촌 형식의 건설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오봉산과 같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한 문화 발굴에 과감하고도 신중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오봉산 프로젝트는 2000년의 잠에서 깨어나 앞으로 수백 년 간 우리지역의 문화와 역사의 산실로서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수반하는 경제적, 문화적 성과도 대단할 것이며 지역 위상도 엄청나게 상승할 것이다. 비록 함창과 점촌이 행정구역이 다르지만 지리상으로 보면 역사와 문화의 긴 줄기는 한 맥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북쪽에서 월방산이 우뚝 서고 남쪽에서 오봉산이 몸을 일으킬 때 점촌은 겨레의 배꼽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0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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