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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관계 유연성 있게 풀어야 한다.

박윤일
전 경북대 행정법교수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19년 08월 05일
요즈음 한일 관계는 단순한 관계 악화를 넘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파국의 발단이다. "1965년 한일협정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신뢰할 수 없다"며 일본은 무역규제로 보복을 하고 있다. 지금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이라고들 한다.

당시 일본이 지급한 강제징용 배상금은 적지 않은 엄청난 돈이다. 우리 국가는 이 돈을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고 경제발전에 투자하여 오늘의 발전된 한국을 만드는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지금과 같이 비이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일본이 진정한 사과나 배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코드인사로 구성한 대법원으로 하여금 과거의 한일협정을 뒤집게 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으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만약 일본의 수출규제로 정상적인 반도체 생산이 어렵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일본의 무역규제에 대한 최근 정부의 대책은 올바른지 모르겠다. 일본이 핵심부품을 규제하는 경우 그 부품을 연구하여 개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재개발 연구비를 해마다 몇 조씩 기업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분기별 이익금이 수조원 이상이 되는 삼성이나 SK반도체가 그간 그 몇 조원이 없어 소재개발을 못하였겠는가.

이것은 한일 간의 기술력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기인한다. 비근한 예로 아무나 코카콜라를 만들 수 없다. 만들 수 있지만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점보여객기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지만 정밀한 첨단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에 맞서 죽창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WTO에 제소하겠다고 하지만 WTO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내려 줄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재판기간도 결코 짧지 않다. 그 사이에 우리 기업과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상당기간이 지나 설사 일본이 문제가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다해도 일본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특별한 대책이 없다. 예를 들면 간단한 예로 필리핀이 제소에 의하여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가 국제법 위반이란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직도 중국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국제법은 지키면 좋고 안 지킬 경우 최종적인 해결은 무력밖에 없다. 과연 우리가 일본을 싸워 이길 수 있는가. 우리나라 반도체, 각종 주요 공장설비, 계측기계, 금형 등 주요 기계의 핵심부품은 거의 일제이다. 지금 방송사의 주요 방송기계도 대부분 일제라고 한다. 일부 진영의 논리라면 우리나라 KBS, MBC, SBS TV 등 주요 방송국의 방송도 지금 당장 문을 닫아야 한다.

일본의 과학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노벨수상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29명의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대부분이 물리‧화학분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전부이고 그것도 과학분야가 아니다. 그만큼 일본이 한국보다 기초과학이 훨씬 앞선 국가라는 것이다. 일본은 해외자산이 우리나라 7배나 많은 부국이다. 한때 미국의 핵심군사기지인 진주만을 공습하며 세계 최강 대국과 맞장을 뜬 나라이다.

우리는 자전거나 리어카도 만들지 못했고 대장간에서 낫이나 호미를 만들 정도의 기술수준이었다. 당시 일본은 항공모함과 폭격기를 직접 제작하여 전쟁을 감행한 나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항공모함 한 척도 없다. 이것은 한일 간의 기술력과 경제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민낯이다. 일본은 과거 식민통치에 대하여 적지 않은 배상과 나름대로 진지한 사과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아직도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배상을 하지 않았다"며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왜 중국과 북한은 6.25전쟁 등을 통해 수많은 우리 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희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배상은 커녕, 그간 사과 한 마디라도 제대로 한 적이 있는가. 그들에게는 왜 그렇게 관대한가. 일부 민주당 인사의 말로 인해 드러났지만 만일 반일감정의 조장이 총선전략이라면 매국노 이완용보다 더 사악하다고 볼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중요한 선택지점에 서 있다. 퇴보를 하느냐 계속적인 전진을 하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세계 5% 이내의 경제부국의 대열에 진입한 우리 나라는 이제 국제규범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국제규범과 국내법이 충돌할 때는 사법적 자제를 통해 국제규범을 따르는 모범도 보여야 한다.

일본은 경제, 외교, 군사적인 측면에서 세계 2-3위에 해당하는 막강한 나라이다. 반도체 핵심부품 뿐만 아니라 로봇, 수소,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산업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은 세계가 공인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의 관계는 결코 과거 감정이나 자존심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실사구시, 즉 실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눈을 돌려 바깥세계를 보면 과거의 악연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나라도 한 두 국가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과거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보다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과거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관계,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명분과 감정을 앞세워 국민을 고통 받게 하는 것은 조선시대의 주자학만으로 족하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고 중‧러가 남의 영공을 위협하는 상황에 매국노, 친일파와 같은 구시대적인 갈등 조장은 이 시점의 국가정책으로는 너무나 지려천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한일 양국이 과거 역사문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충돌하는 것을 보면 치킨게임이 생각난다. 이 게임은 차 두 대가 서로 마주보고 달리다가 충돌 직전 먼저 핸들을 꺾으면 지는 게임이다. 한일 양국이 이대로 가면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우리는 승용차이지만, 일본은 25톤 트럭이라는데 있다. 충돌할 경우 일본도 피해를 보기는 한다.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멀쩡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트럭범프가 약간 찌그러지는 정도이겠지만, 우리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필자는 일본을 구태여 용서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익을 위해서 타협을 하고 상호 협력하라는 것이다. 세계 전쟁사의 불멸의 고전 ‘전쟁론’을 남긴 학자는 “정치가와 장군이 해야 할 가장 우선시해야 할 판단은 자신이 시작하려는 전쟁형태를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쟁형태는 역사전쟁이나 감정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의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계속할 수 있는 실리적인 외교전쟁이다. ‘의병가’, ‘죽창가’를 요구하는 시대착오적인 감정외교가 아니라 국익을 위하여 미래지향적이고 유연성 있는 외교정택을 전개해야 한다. 과거를 잊어서도 안 되겠지만, 과거에 집착하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피해는 누구가 책임을 지는가. 요즈음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만 하다.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19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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