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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경의 굴레

문경시민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18년 08월 15일
먹고 살기 힘들어 이사 가려고 해도
집이 안팔려··· '돈은 돌고 돌아야'


석 달 전에 15년을 살았던, 모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집 보러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집이 팔려야 목돈을 가지고 새로운 터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데, 집이 팔리지 않으니 시작부터 막막한 상황이다.


내가 떠나려는 이유는 20년 이상 살아온 내 고향 문경이 싫어져서가 아니다.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이다. 곧 있으면 큰 아이가 대학에 진학한다. 이대로 살다가는 아이 등록금도 마련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선다. 오죽했으면 내 땀과 열정이 깃든 정든 고향 문경을 떠나려고 결심했을까. 막상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쉽게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이룩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곳으로 가는 기분을 말이다.

나는 시내에서 식당과 여관을 했다. 20년 전, 어린 나이에 패기와 열정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많은 시련과 고통도 있었다. 하지만 악착같이 노력하여 작은 건물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내 점포에서 장사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일군 사업이기 때문에 나의 애착은 정말 강했다. 자부심도 컸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 가게의 네온사인이 저녁의 어스름에 같이 묻혀가는 모습을 보면 오늘 하루 또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어느새 숙박업도 같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운동선수들, 손님들이 이곳을 예약했다. 덩달아 내 식당도 매일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언제부턴가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무슨 공사 업체 인부, 건설회사 직원들이란다. 문경에 큰 건물을 짓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내 사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나는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고 싶다는 내 꿈에, 하루하루 다가섰다.

내 주변 사람들도 전체적으로 혜택을 보았다. 집값이 올라서 돈을 번 사람도 있고, 장사가 잘 되어서 돈을 번 사람도 많았다. 특히 외부에서 돈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문경의 땅값이 많이 올랐다. 부동산 매매 건수도 나날이 늘어갔다. 눈을 뜨면 곳곳에서 뭔가를 짓고, 개발하고, 들여왔다.

이처럼 예전의 문경시는 누구 하나, 개인, 특정인에게 혜택이 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지역에 골고루 분배되는 시스템이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내가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시스템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무언가를 들여오고 새로운 일을 많이 하던 문경시의 역동적이던 동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잘 나가다 멈춘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고, 돈이 끊겼다. 시내에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저녁 8시만 되어도 내 주변 가게들 대부분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사람이 없으니, 애꿎은 전기세만 낭비하면서 마냥 손님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예산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정도로 보이지를 않는다. 새롭게 시작하는 일도,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도, 새롭게 들어오는 돈도 모두 끊겼다. 내륙에 있는 문경시가 갈라파고스 섬이 되고 있나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결국 기존의 일상적인 행정업무만 하는 그런 동력 없는 문경시가 되었다.

현재 부동산 매매는 완전히 정지해버린지 꽤 됐다. 살기 어려워서, 나는 이미 다른 지역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모든 준비를 해놨는데 집이 팔리질 않으니 거처를 옮기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문경의 굴레’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이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는데 벗어나는 것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체감될 정도이다. 앞으로 돈과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 팔기도 더 힘들어 질 것이고, ‘문경의 굴레’는 더욱 깊어질 것 같다.

모든 것이 계속 줄어드는 문경. 그리고 그 속에서 고통 받는 시민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현재 문경의 굴레는 나 같은 개인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힘을 쓰면 쓸수록 더 깊은 구덩이로 빠져드는 개미지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활기차고 성장 동력을 발휘하던 역동적인 문경시가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문경타임즈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18년 0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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