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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객주문학길: 산양봉정~봉서 반곡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11월 12일
지난달 청송군 진보면에 있는 김주영 작가의 객주문학관을 찾았다. 10여년 전에 대하소설′객주′를 감명 깊게 읽고 그동안 잊고 있다가 한 달 전 연락드리고 불현 듯 길을 나섰다. 방문 목적은 봉천사 아랫동네 반곡에서 출발하여 봉서리를 거쳐 봉정리까지의 옛길을 ′객주문학길′′로 복원하자는 계획을 의논함이다. 그 이유로는 객주의 시작점이 봉천사 아래 반곡리이며 종착지는 필자가 10년 간 살다 온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이다. 특히 물야면 오전리에는 객주 소설과 함께 보부상을 기리는 보부상위령비가 있다. 선달산 박달재를 넘나들면서 물산을 운반하며 살아가던 보부상들이 죽을 즈음 전 재산을 기증하여 기민을 구휼했다는 미담도 적고 있다.

현재 봉천사가 자리한 곳은 산양면 반곡리를 거쳐 봉서2리 잿봉서다. 산중턱에 있는 봉천사는 여러 가지 조건으로 산양면에 소속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호계면에 소속된 문경에서는 하늘아래 첫 동네다. 요즘은 개미취 꽃을 찾아 전국에서 때 아닌 사람들이 몰려든다. 개미취 뿐 아니라 월방산 일대는 간과할 수 없는 역사와 유적이 산재해있다. 그뿐 아니라 천혜의 일출경관과 소나무 너럭바위 등 수많은 보석들이 안목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외 옛날 보부상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다니던 옛길이 기암괴석 아래에 그대로 묻혀있다. 수년전에 그 길을 정비하기 위해 인부와 함께 가시나무를 제거 하고 돌다리도 놓으면서 천방(川防)길이라 이름 지었다. 거북바위, 원앙바위 등 족보가 있을법한 돌덩이에는 명명해서 입간판을 세워 두었다. 지금은 다시 숲속에 파묻혔지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복원하면 다시없는 옛길 명소가 될 것 같다. 이왕 옛길을 복원할 바에는 소설 ′객주′의 시작점이 ′반곡′이니 만큼 객주의 저자를 찾아뵙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순서라 생각한다. 실은 7년 전 문경시에 월방산 프로젝트를 제출하면서 옛길 복원할 것을 주문했으며 그 후에도 여러 번 의견을 개진하였다.

소설 객주는 총10권으로 이루어졌으며 봉천사 아랫동네인 반곡에서 출발하여 필자가 10년간 머물렀던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서 끝을 맺는다. 객주는 천봉삼을 비롯한 수많은 민초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민중이 주인공인 무대이다. 반곡리 주막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옹기를 지고 출발하여 용궁, 개포장을 거쳐 안동, 진보로 이어진다. 창수령을 넘어 영해에서 어물을 떼어 오기도하고 소금을 지고 나르기도 한다. 이들은 전국을 떠돌며 강경에서 젓갈을 떼어 상주에서 비단으로 바꾸었다. 일 년에 고향집에 들르는 일이 서너 번 될까 말까하는 보부상도 있고 인편으로 식구들이 있는 집으로 돈을 부치고 몇 년이고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일반인들이 편히 갈수 있는 먼 길을 두고 지름길이지만 험하고 가까운 길을 개척하는 것도 이들 보부상이다.

충주 목계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가로지를 때도 없지 않지만 대개는 도보로 조선팔도를 돌아다녔다. 객주에 나오는 장터는 대구 진주 전주 평양 개성 강경 등 전국을 망라하지만 특히 우리지역을 돌며 물산을 사고파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울진에서 소금을 지고 십이령 재를 넘어 영양수비를 거쳐 봉화내성으로 가는 장면은 영화에서 보는 차마고도를 연상시키고도 남았다. 아! 저렇게 그들은 한생을 살다 갔구나.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삶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명절이 되면 고향산천을 향하여 제사를 올렸다. 떠돌아다니는 신세라 장가들지 못한 늙은 보부상도 적지 않았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장가를 들지 않은 이유로 꽁지머리를 땋아서 지게를 지고 고개를 넘는 늙은 보부상의 모습도 보인다. 떠돌아다니는 처지지만 그들 나름대로 규율이 엄했으며 특히 도둑질이나 엽색행각에 대해서는 단호한 집단처벌도 이어졌다.

모두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삶을 통해 그 시대 언어, 삶, 애환, 물산의 공급 등 다양한 생활상과 소재를 볼 수 있다. 객주는 대하소설로서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걸작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단순한 생활 잡기가 아니라 그 시대 보부상과 민초들의 삶을 자세히 그려주고 있다. 사랑과 미움이 전개되고 나아가 복수와 되갚음이 연속된다. 핍박과 설움 가난과 이별 등 객주에는 인생의 환희보다는 슬픔과 한이 훨씬 많이 이야기 된다. 선비들의 고담준령보다는 육두문자가 판을 치고 낭랑한 부인의 목소리보다는 주모의 걸직한 육자배기 장단이 허공을 가른다. 객주에 필적할 대하소설로는 박경리의 토지, 최명희의 혼불, 조정래의 아리랑, 태백산맥 등이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내 고향 영덕과 김주영 작가의 고향인 진보면 월전리는 이웃동네이다. 어린시절 비포장 도로로 외갓집에 갈 때 반드시 월전 삼거리에서 영양으로 가야한다. 이문열 작가의 ′변경′에도 가끔 등장하는 진보, 월전, 방전이 김주영 작가의 성장배경이며 소설의 원재료다. 경북 북부지방 문인으로는 특히 영양의 조지훈 이문열 오일도 청송의 김주영 작가가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50리 안에 이웃 동네로 있으며 고추로 유명한 청송 영양의 맑은물 고운산의 정기를 타고 났다.

김주영 선생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에 광채가 날만큼 환한 모습이다. 스님이 경전이나 읽어야지 상스러운 내용이 수두룩한 소설을 읽어서야 되겠냐면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일일이 발로 뛰며 사실을 기록하고 풍찬노숙에서 객주가 탄생하였다고 한다. 한편 ′문경객주문학길′ 개설에 대한 나의 제안이 의외인지 처음에는 대답을 아끼셨다. 선생의 걸작이 오래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인구에 회자되자면 문경시 반곡리 옛길에 객주문학길 개설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객주의 시작 지점인 반곡리 옛길에 객주문학길을 개설하는 것은 문경으로 보나 김주영선생으로 보나 좋은일이다고 거듭 의견을 내었다. 마침내 반색을 하면서 참샘길과 반곡, 봉서의 해당주소를 꼼꼼이 기록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말을 맺고 헤어졌다. 명승지는 요행이나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역사, 환경, 문화,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살필 때 되어지는 것이다. 5년 전에 야생화 열 포기로 시작한 봉천사 주위의 개미취가 보랏빛으로 이 가을을 수놓고 있다.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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