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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함창고녕가야 역사찾기15 - 오봉산성

지정 스님(봉천사 주지)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06일
고녕가야 본성인 오봉산성을 찾아 헤매다가 돌아온 적이 두어 번 된다. 이번에는 고녕가야 지킴이 권창희 흥국석재 사장의 안내로 길을 찾아 나섰다.

함창읍 신흥3리에서 역곡리 넘어가는 임도로 산능선을 지나 내리막길 시작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능가정사’ 팻말이 나온다. 그길을 따라 200m 쯤 올라가면 모양을 잘 갖춘 사과밭이 나온다. 농장 길옆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소리가 크게 들리고 밭일을 하는 장년의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간단히 수인사를 나누고 산성가는 길을 물으니 모르는지 아니면 이상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서인지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아래위를 훑어본다. 이산에 예부터 전해오는 산성이 있다는데 어디로 가면 되냐고 다그쳐 물으니 산성은 모르겠고 봉화불 올리는 터는 산정에 있다면서 손짓으로 가르킨다.

사과밭이 형성된 부위는 2000여평 넓이로 양쪽으로 낙타봉 같은 봉우리가 우뚝 솟아있다. 밭 한켠에는 이상하리만치 많은 물이 산비탈에서 솟아나온다. 옳지 저 물이 있었기에 이곳에 산성이 들어섰고 비상시 군인들이 대거 주둔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줄기 위쪽 언덕에는 마을 사람들의 수도탱크가 금지막하게 숲속에 들어 앉아있다. 권사장과 함께 가벼운 걸음으로 농부가 일러준대로 밭 가장자리를 돌아 산길로 들어서니 희미하지만 토성을 쌓아올린 자리가 선명하다. 잡목과 소나무가 간간히 뒤섞인 산길은 너비가 대략 4미터가 족히 되어보였다.

쌓아올린 토석의 흔적은 희미하지만 길에서 산 아래로 내려다보면 깍아지른 절벽으로 이어져있다. 사과밭의 표고는 250미터정도 봉우리는 280미터라고 안내책자에 나와있다. 솔향기를 맡으면서 소나무 사이로 우뚝우뚝 솟아오른 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들이 너무 밉게 보인다. 저대로 방치하면 4~5년만 지나면 소나무는 거의 질식하고 잡목만이 온산을 메울 것이다.

오봉산성

한해 두해 더할수록 소나무는 아래에서부터 가지가 말라죽을 것이고 몇 년이 더 경과하면 푸르른 솔은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어느 산에 가나 소나무의 질식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아린마음은 어쩔 수 없다. 성의 전체 둘레는 2킬로미터 남짓으로 남쪽봉우리 위에는 봉수대가 있다. 돌계단들이 봉화대인지 아니면 제단인지 축조한 돌들이 줄을 지어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나뭇가지에 가려 시야는 확보되지 않는다. 봉수대에서 남쪽으로 100미터정도 걸어가면 젖꼭지처럼 오뚝한 봉우리가 하나 나타난다. 호기심 삼아 타박타박 걸어 올라가보니 꼭대기에 구덩이가 파여있다. 오봉산에서 도굴된 무덤을 많이 보아서인지 그냥봐도 무너진 고분임을 알수있다. 먼 옛날 가야사람들은 오뚝한 산정에 시신을 매장해야 하느님이 머무는 극락세상에 빨리갈 수 있다고 믿었는가 보다.

남쪽 봉수대 봉우리를 한바퀴 돌아서 걷는길은 새로 닦아서인지 성벽이 애매하게 보였다. 원래의 사과밭 쪽으로 내려오니 건너편 북쪽 봉우리 쪽으로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물으니 그쪽으로는 아마것도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오랫동안 산성을 답사한 경력으로 미루어 사과밭을 돌아 반대편으로 가면 반드시 성벽이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사과밭 언저리를 돌아가니 웬만한 크기의 물웅덩이가 하나 나온다. 산정에 물웅덩이라 비상시에는 식량보다 더 중요한 물자가 물이 아니었으랴. 웅덩이 옆에는 나란히 누운 무덤이 따뜻한 봄볕을 받아 더 아늑하게 다가온다. 숲길을 헤치고 100미터쯤 걸어가니 돌과 흙을 섞어 쌓아올린 성벽과 지휘소 같은 형상의 망루가 나타난다.

선명한 성벽과 희미하지만 높이 쌓아올린 망루가 아득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토석혼축성의 축성연대는 어림잡아 2천년은 훨씬 넘는다. 사람이 다닌 흔적은 거의 없이 잡목이 들어섰지만 고개를 들고 두어 시간 걷고나니 감개가 무량하다. 나무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 곳도 있지만 멀리 낙동강과 득통리, 그리고 점촌으로 이어지는 기름진 들녘이 죽 펼쳐진다.

아득한 고대로부터 사람살기 적당한 곳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안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모래더미 영강에서 밀려오는 낙엽더미, 내성천 금천에서 떠내려오는 낙동강 고운흙들이 점촌 함창평야를 만들었으리라. 이곳은 예사곳이 아니라 천혜의 조건과 신목(神木)이 들어차 있는 선사이래의 사람 사는 곳 이었다! 그래서 일찍이 북방의 말달리던 무리들이 이곳에 정착해서 고녕가야국을 건설하였던 것이다. 멀리보이는 산과 들 그리고 길게 이어진 강을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2천년의 세월을 견뎌온 성벽위에 앉아본다.

삶이 어디서 출발하여 어디서 끝나려는지. 오늘 살다가 내일 죽을 수도 있고 한번 들이마신 숨을 내쉬지 못하면 바로 죽음이 아니던가? 어떤 이는 죽음이 두려워 죽을 사자도 싫어한다고 하지만 삶과 죽음이 어찌 둘이겠는가? 50년을 살았다면 살아온 세월이 바로 죽음의 세월이 아니던가?

죽음과 삶이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처럼 낮과 밤의 관계처럼 하나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다. 지극히 슬퍼할 일도 아니고 반대로 그렇게 좋아서 날 뛸일도 아닌 것이 죽음과 삶이라고나 할까? 그들은 산성을 쌓으면서 삶을 희망했으며 저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어 후손을 먹여 살렸으리라.

오봉산성처럼 강을 내려다보고 산정을 중심으로 띠모양을 한 성은 용궁의 비룡산성, 서울 워커힐 뒤편 아차산성이 있다. 오봉산성을 포함하여 이 셋의 특징은 낮으막하면서 사방이 탁 트이고 강을 따라 방어진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산성에는 우물이 있고 지휘를 할 만한 망루와 군사가 주둔할 넓은 분지가 있다.

축성연대는 대략 2천년은 훨씬 넘으며 석성(石城) 이전에 만들어진 토석혼축성(土石餛築城)이다. 근처에 있는 보은의 삼년산성, 화북의 견훤산성, 단양의 적성, 영춘의 온달산성 등은 형태는 비슷하지만 돌을 쌓아올린 성이며 오봉산성보다 어림잡아도 1천년 후에 이루어진 것들이다.

가야시대 토기

오봉산성에서 사방으로 둘러보면 꿈같은 장면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건너편으로는 고분이 수백기가 묻혀있으며 멀리로는 고녕왕릉, 왕비릉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노음산, 갑장산 그리고 앞으로는 공검저수지가 보인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태봉을 감도는 영강이 나타나고 더 멀리로는 퇴강을 넘어 낙동강 물줄기가 들어온다. 제약산 국사봉 득통리옥려봉, 윤직리머리산도 보인다.

이름 하나 생김새 하나 어느 것 하나 지나쳐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모든 광경들은 아득한 옛 시절 고녕가야가 성행할 때는 더 활기찬 모습이 아니었겠느냐 하는 감상을 자아낸다. 오봉산성은 고녕가야가 성할 때만이 아니라 망한 뒤에도 오랜세월 인간의 만고강산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 나무아미타불

이동재 기자 / press@mgtimes.co.kr입력 : 2021년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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